금감원 지방이전 ‘정면충돌’…직원 85.6% “이직 고려”

시사1 김기봉 기자 | 금융감독원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금감원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원들은 단순히 서울 근무를 고수하는 차원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시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감독기관까지 지방으로 옮길 경우 현장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인력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금감원 지방이전이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지방이전 대상과 지역이 확정되기 전부터 직원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검사·조사 등 현장 기능은 서울에 남기고 기획·지원 조직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른바 ‘반쪽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이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시장과 감독 현장의 공간적 불일치다. 국내 금융회사 본점의 91.6%, 금감원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금융민원의 81.4%, 상장기업 본사의 72.7%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총 707회의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도 연인원 기준 2만8229명에 달한다. 본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검사와 인허가, 신고서 수리, 금융회사와의 업무 협의 등을 위해 대규모 인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금융사고나 시장 불안이 발생했을 때 현장 접근성이 떨어지면 초기 대응과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독기관의 지리적 이동에 따른 비용과 불편이 결국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지방이전 반대가 ‘서울을 떠나기 싫은 고액 연봉자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치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재산등록·공개와 퇴직 후 취업심사 등 공직자에 준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 업무 부담이 큰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공공성을 보고 조직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현실적인 변수다. 금감원 노조가 지난 18~20일 구성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지방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85.6%에 달했다. 만 40세 미만 직원에서는 이 비율이 92.5%로 높았다. 변호사와 회계사 역시 각각 94.2%, 90.6%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찬진 원장이 향후 정부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의 업무 특성과 현장 감독의 중요성을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감독하는 자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되게 우스울 것 같다”고 밝힌 데 이어 6월에도 현장 감독기관이 현장을 떠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단 최근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이 원장이 별도의 공개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전 대상과 지역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장이 먼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절충안으로 검사·조사 등 현장 기능을 서울에 남기고 기획·지원 조직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장 감독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방안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조직이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면 검사와 제재,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협업이 어려워지고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사무공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직원들의 출장도 늘어나면서 비용과 비효율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아직 금감원의 이전 대상 포함 여부와 이전 지역, 조직 배치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지방이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