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연성 강화 절실한 ‘국민연금 리밸런싱’

국민연금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증시가 급등 뒤 급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한때 1900조원을 넘어섰던 기금 규모가 1700조원 안팎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민연금의 운용 전략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시장을 방어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자산 배분 원칙인 리밸런싱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단 국민연금의 역할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증시를 떠받치는 정책기관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장기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단기적인 증시 부양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존재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

 

문제는 이번 급등락 국면에서 현재의 리밸런싱 체계가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등했을 때는 목표 비중을 초과했음에도 대규모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중 조정을 미뤘다. 반대로 시장이 급락한 뒤에는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싶어도 다시 목표 비중을 초과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됐다. 결과적으로 오를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내릴 때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리밸런싱은 장기 투자에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특정 자산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고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운용 방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다. 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맡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급격한 변동성 국면에서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다. 단기 수익률에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원칙은 유지하되 현실에 맞는 유연성을 갖춘 리밸런싱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자산을 지키고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