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5000’보다 중요한 ‘이것’

시사1 김기봉 기자 | 주식시장은 기대를 먹고 움직인다. 그러나 기대가 과열되면 실망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국내 증시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급락은 시장 전체로 번졌고,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이 정도 변동성이 정상인가”라는 의문이 시장 곳곳에서 제기됐다.

 

증시가 오르는 것은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상승 자체를 정책의 목표로 삼기 시작할 때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상법 개정이나 소액주주 권리 강화, 불공정거래 근절 역시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제도 개혁과 주가 상승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제도는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고, 주가는 그 결과일 뿐이다. 그 순서가 뒤바뀌면 정책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신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대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작은 악재에도 충격은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번 시장 급락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위험관리 대책이 뒤늦게 발표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새로운 금융상품은 투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 역시 함께 검토돼야 한다. 위험성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상품을 도입하고, 시장 충격이 발생한 뒤에야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코스닥 시장의 상황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낙폭이 더욱 컸고, 기술기업과 벤처기업의 기업가치까지 함께 흔들렸다. 혁신기업이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 때문에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의 본래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을 끌어올리는 것과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정책은 지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하루에 몇 퍼센트 올랐는지가 아니라,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믿고 자금을 맡길 수 있는 시장인지에 달려 있다. 단기적인 상승은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증시는 정부의 성적표가 아니다. 국민의 자산이 모이는 시장이다. 정책도 그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