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 특별공급을 불법으로 받아낸 브로커 조직이 적발됐다. 서울 강남 등을 포함해 분양받은 아파트만 30채, 분양가 기준 20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투기와 범죄의 통로로 악용된 것이다. 정부가 이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특별공급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주문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한 부동산 비리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범죄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일부 청각장애인은 계약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거나 이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브로커와 이를 이용한 투기 세력은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까지 무너뜨렸다.
특별공급 제도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보호받기 어려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존재한다. 일부 범죄 때문에 제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제도가 본래 목적대로 작동하도록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우선 명의 대여와 대리 계약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신청 단계부터 본인 확인 절차를 고도화하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충분한 설명과 의사 확인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청약 과정에서 이상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브로커가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청약 취소는 물론 형사처벌과 부당이득 환수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등 유사 제도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성 단속에 그쳐서는 안 된다. 특별공급 전반의 운영 실태를 면밀히 살피고, 제도의 허점은 보완하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은 더욱 두텁게 만드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가 범죄의 먹잇감이 된다면 결국 피해는 약자에게 돌아간다.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혜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부정수급을 철저히 차단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혜택이 온전히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것이 복지제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