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행 유예가 절실한 ‘정보통신망법’

오는 7일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표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온라인 공간의 무분별한 허위정보 유통과 악의적 혐오 표현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번 개정법은 시행 전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차별 선동 정보’라는 개념은 현실에서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이 허위인지, 어떤 표현이 혐오를 '심각하게 조장'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회적·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법은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일정 요건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했다. 표현의 적법성에 대한 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만 앞세운 셈이다.

 

더욱이 법 조문은 적용 대상을 언론사나 플랫폼 사업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도 게시글을 올리거나 콘텐츠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설령 최종적으로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우려해 발언 자체를 자제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공익 목적의 표현은 면책 대상이며 사실확인 절차도 마련돼 있어 ‘국가 검열’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제도의 취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집행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허위 여부를 가리는 기준과 절차, 사실확인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부터 시행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키울 우려가 있다.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의 자유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사회는 허위정보를 억제하면서도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다수의 의견만이 아니라 불편하고 논쟁적인 의견까지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헌법적 가치다. 물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백한 불법 행위는 제재받아야 하지만, 그 기준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건강한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고자 한다면, 처벌과 배상 강화보다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줄이기보다 국민의 자기검열만 키우는 정부의 자충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