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정부가 ‘AI 범죄 대응 범부처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딥페이크 성착취부터 AI 금융사기, 허위·부당광고까지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AI 범죄의 속도가 정부 대응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불과 몇 분이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영상과 음성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활용한 사기와 명예훼손, 성착취 범죄는 이미 일상이 됐다. 새로운 AI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범죄 수법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법률, 행정 절차는 여전히 이를 뒤쫓는 데 급급하다.
이번 협의체가 예방과 탐지, 수사, 피해회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AI 범죄는 플랫폼과 통신, 금융, 개인정보, 국제 공조 등 여러 영역이 맞물려 있어 어느 한 부처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빠른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단 협의체 출범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의가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속도다. AI 기술은 매달, 때로는 매주 새로운 기능이 등장한다. 반면 정책은 협의와 검토, 입법을 거치는 사이 범죄는 이미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범죄자가 먼저 기술을 시험하고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국민 불안은 해소되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 AI 산업 육성과 AI 안전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지만, 안전장치 없는 혁신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AI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과 AI 범죄를 막기 위한 정책은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과제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민이 안심하고 AI를 사용할 수 있는 신뢰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새롭게 출범한 범부처 협의체가 또 하나의 회의체에 그칠지, 아니면 AI 범죄 대응의 전환점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