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후재난의 시대, 한반도 생태 보루 ‘백두대간’을 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지사·한수정 공동 ‘2026 산림정원 아카데미’ 현장 연수

시사1 신옥 기자 | 도시의 소음이 완전히 소거된 백두대간의 깊은 품. 시야를 가득 채운 푸른 숲과 곳곳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1급수의 물소리 덕분에 눈과 귀가 절로 호사를 누리는 곳. 이곳은 백두대간의 가장 거대한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으며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미래 생명자원의 보금자리인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세종대전총괄지사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하 한수정)이 공동 주최한 '2026 산림정원 아카데미-백두대간에서 만나는 숲과 정원' 현장연수가 6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진행됐다.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백두대간 수목원 = 첫 강의에 나선 이종희 기획총무팀장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설립 배경과 역할, 그리고 백두대간이 지닌 역사·생태적 가치를 소개했다.

 

이 팀장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수목원으로,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인 백두대간의 산림생물자원을 수집·보전·연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큰 산줄기로, 조선시대에는 전쟁과 재난을 피해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십승지의 중심지로 여겨졌다"며 "국가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태백산사고가 자리했던 곳이자, 궁궐과 문화재 건축에 사용된 최고급 소나무인 춘양목(금강송)의 주요 자생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영국을 매료시킨 K-정원… RHS 무대서 실버메달·최우수시공상 쾌거 = 이어진 강의에서는 천리포수목원 강희혁 가드너(정원디자이너)가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정원문화와 한국 정원산업의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천리포수목원과 한국정원의 이야기를 세계로'를 주제로 강단에 선 강 가드너는 최근 영국에서 열린 RHS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Malvern Spring Festival) 쇼가든 부문 참가 경험을 생생하게 전했다.

 

강 가드너는 식물관리팀 김재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은경과 함께 약 10개월(2025년 7월~2026년 5월)에 걸쳐 한국 정원을 기획·조성해 영국 현지에 선보였다.

 

그 결과 2026년 5월 열린 RHS 말번 스프링 페스티벌 쇼가든 부문에서 실버 메달(Silver Medal)과 최우수 시공상(Best Construction Award)을 동시에 수상하며 K-정원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 

 

강 가드너는 "세계적 정원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한국 정원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다시 도전해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숲을 살리는 작은 생명, 곤충의 가치 재발견 = 이어 진행된 남종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팀장의 ‘숲과 곤충’ 특강은 가벼운 곤충 퀴즈로 시작됐다. 남 팀장은 벌레의 어원과 곤충의 정의를 비롯해 해충과 익충의 구분, 방제의 특징, 곤충으로 인해 발생했던 역사적 재난 사례, 그리고 미래 산업과 생태계에서 곤충이 갖는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폭넓게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1세대 곤충학자이자 나비학자인 석주명의 삶과 업적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후에는 참가자들과 함께 직접 야외로 나가 곤충을 채집하는 현장 체험이 이어졌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 서식지 이동과 생태계 변화, 수분매개곤충의 중요성 등을 몸소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인류의 내일을 구원할 ‘지하 40미터의 방주’, 시드볼트 = 이어 진행된 특강에서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나채선 야생식물종자연구실장이 ‘기후재난 시대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 야생식물 종자보전’을 주제로 강의했다.

 

나 실장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식량안보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종자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수몰 위기 사례를 소개하며 야생식물 종자가 미래 인류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핵심 시설인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지하 40m에 조성된 세계 유일의 지하 터널형 야생식물 종자 영구저장시설이다.

 

연중 영하 20도를 유지하며 전쟁, 지진, 기후재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2019년 국가 보안시설로 지정된 이곳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 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종자를 영구 보존하는 시드볼트와 연구·복원에 활용하는 시드뱅크를 함께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기관으로, 200여 명의 연구진이 미래 생명자원 보전에 힘쓰고 있다. 

 

나 실장은 "시드볼트의 문이 영원히 열리지 않기를 바라며 씨앗을 보관하고 있다"며 종자 보전의 의미를 전했다.

 

 

기후위기 속 고산식물의 피난처, 알파인하우스 = 둘째 날 기자들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위협받는 고산식물들을 보전하고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대표 시설인 알파인하우스를 찾았다.

 

장창석 서비스본부 전시원실장의 해설로 진행된 탐방에서 기자단은 단순한 온실이 아닌 '고산식물의 생명 보전 현장'을 직접 마주했다. 알파인하우스는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 공간으로, 맑은 계곡물과 바위, 숲길, 자생식물이 어우러져 실제 고산지대를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알파인하우스는 동북아시아전시관, 중앙아시아전시관, 세계식물전시관 등 3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북아시아전시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극동지역의 고산식물이 전시돼 있으며, 각 전시관은 고산지역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냉각시스템과 환기시설, 차광시설 등을 갖추고 외부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 실장은 제주 한라산과 몽골 고산지대, 중앙아시아 등을 직접 탐사하며 채집한 식물들을 국내로 들여와 보전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고산식물 보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트램에 몸을 실은 기자단은 '백두대간 자생식물원'을 지나며 자생종 유전자원의 진화 과정을 살핀 뒤, 이번 연수의 마지막 목적지인 호랑이숲으로 향했다.“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의 보금자리 = 트램에서 내린 기자단의 마지막 발걸음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명물인 호랑이숲으로 향했다. 총면적 3.8ha(약 1만1천500평), 축구장 6개 규모에 달하는 호랑이숲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백두산호랑이 보전 공간이다.

 

현재 메인 방사장 일부가 시설 개선 공사 중인 관계로 기자단은 소방사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5살 백두산호랑이 '미령이'를 만날 수 있었다.

 

대전 오월드에서 이관된 미령이는 넓은 공간을 유유히 거닐며 백두산호랑이 특유의 위엄을 드러냈다. 현장을 안내한 유혜림 산림생물자원본부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 사육사는 호랑이의 생태와 관리, 호랑이 보전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센터에는 6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생활하고 있으며, 향후 10마리까지 수용 가능한 보전센터 구축을 목표로 연구와 시설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사육사는 "백두산호랑이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종 보전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상생하며 미래로 달리는 수목원 =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히 식물을 가두어 두는 공간이 아니다. 매년 개최되는 ‘봉자페스티벌’을 통해 지역 농가에 식물을 위탁 재배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상생의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가든샵에서는 호랑이 굿즈뿐만 아니라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며 상생의 온기를 더한다.

 

1박 2일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단의 손에는 수목원 측이 전달한 '백두대간 기념 영구 달력'이 쥐어졌다. 어쩌면 이 달력은 기후 위기 속에서도 한반도의 생태계를 영원히 지켜내겠다는 수목원의 굳은 다짐의 징표일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시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생명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오늘도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고, 역사와 미래가 나란히 숨 쉬는 이곳은 단순한 수목원을 넘어 생명 보전의 현장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임을 이번 연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