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한국의 5월 수출이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관세 장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며 전체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한국 수출은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역시 60.7% 증가한 42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9.4% 급증한 371억6000만 달러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3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D램 수출은 186억 달러로 369.8% 증가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17억 달러로 206.8% 늘어났다. 시스템반도체 수출도 45억 달러를 기록하며 6%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다소 주춤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58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조업일수 감소와 국내 화재에 따른 일부 부품 공급 차질,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부담, 미국 관세 영향으로 인한 현지 생산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제품 수출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상승 효과로 46.6% 증가한 5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단 수출 물량은 23.8% 감소했다. 특히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 중인 휘발유와 경유, 등유의 수출 물량은 각각 31.1%, 24.3%, 99.9% 감소했다.
석유화학 수출도 11.1% 증가한 37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내수 공급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은 2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바이오헬스와 화장품이 선전했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14억4000만 달러로 5.2%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화장품 수출은 24.2% 늘어난 11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5월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수요 확대가 수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미국 시장이 수출 성장을 이끌었다. 대중국 수출은 80.9% 증가한 189억 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243% 급증한 가운데 농수산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대미 수출 역시 59.1% 증가한 15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부진했지만 반도체와 컴퓨터, 전기기기 등 AI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철강 제품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건설용 자재를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됐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7.7% 감소한 1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감소했지만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제품은 현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수입은 608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8% 증가했다. 특히 원유 수입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물량은 줄었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인상 영향으로 25% 증가한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5월 무역수지는 269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억30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올해 1~5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1019억1000만 달러로 집계돼 기존 연간 최대 흑자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과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 소비재가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수출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동 전쟁 종전 여부와 미국의 관세 정책,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쿼터(TRQ)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는 주요국과의 협의를 통해 기업들의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