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코스피 8000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에서는 한국 경제의 재평가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시장 버블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을 때 그런 우려가 나온다”며 버블론에 선을 그었다. AI와 그린 전환, 청년 창업, 센서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구조개혁과 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문제는 시장이 듣고 싶은 것이 ‘비전’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는 기대를 먹고 오르지만, 결국 실적과 성장성으로 평가받는다. 코스피가 8000까지 올랐다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묻는다. 지금의 주가 수준을 정당화할 만큼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인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반등할 것인가. 새로운 먹거리는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구 부총리는 “초과 세수가 더 생길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성장 투자로 연결하고,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까지 검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수많은 산업 육성 계획과 미래 전략을 들어왔다.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실행이다.
특히 센서 산업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AI 시대에 데이터 처리 능력만큼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이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산업을 지목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규제 혁신, 인재 확보, 연구개발 투자,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실질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버블’이라는 단어 자체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버블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시장을 흔들기 위한 비관론이 아니다. 오히려 과열 신호를 점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경고에 가깝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버블론을 반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지금의 주가가 적정한지, 앞으로 어떤 성장 동력이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인지,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코스피 8000은 숫자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떠받치는 경제의 체력이다. 시장은 지금도 ‘8000이 가능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8000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