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받던 일본 기자, 무죄 선고 받아

  • 등록 2015.12.18 03: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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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눈치에 억지로 기소한 검찰, 선고 이틀 전 '일본측 선처 고려해달라'는 공문보낸 외교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던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부가 가토 전 지국장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 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한 것이 무색한 결과였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지위가 높거나 권한이 클수록 그 보장의 범위도 넓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을 금지했을 때부터 언론계와 법조계가 비판했던 내용과 비슷했다.

또, 외교부가 선고가 이루어지기 이틀 전, 법무부에 ‘일본 측의 선처요청을 참작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확인되어 네티즌 사이에서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물론 외교부의 공문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를 맡은 전준영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원래 선고기일인 11월 26일에서 선고를 연기해 12월 17일에 선고한 것이기에 사건기록의 검토와 판결문을 쓸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며 “외교부 문서를 판결에 반영했다기에는 시간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그저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보여주기식’으로 공문을 보낸 것이다.

지난해 8월 7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에 대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것을 기사로 썼다”며 “민, 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짓말로 독자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엄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가토 전 지국장을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을 조사‧기소했다.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무죄 선고를 받은 가토 전 지국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도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꼭 유죄로 만들겠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 정도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가토 전 지국장을 처벌하려는 의지는 강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소 근거조차 불충분한 일을 억지로 유죄로 몰아가려다 실패하자, 정부는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니 일본 측의 (선처)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노선을 변경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의 극우매체로 유명한 산케이신문의 기자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기소하는 일이 근대 민주주의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주기 바란다. 최근 한국의 언론 자유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태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했다. SNS 등지에서 말하는 “국격이 올라간다”는 조소가 사실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헌상 기자 gjstkd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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