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대변하는 신조어 ‘O수저’가 저성장‧고령화를 맞아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상속‧증여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11월 17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790~2013’ 논문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통해 한국인의 자산 중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분석했다.
1980년대 평균 27.0%에 불과했던 상속‧증여 비중은 90년대 29.0%로 올랐고, 2000년대 들어서는 42.0%까지 높아졌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율은 80년대 연평균 5.0%에서 90년대 5.5%, 2000년대는 6.5%였다. 2010년에서 2013년까지는 8.2%로 점점 상속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외국의 경우, 스웨덴, 영국 등의 2010년 연평균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율이 한국과 비슷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0.7%와 14.5%로 더 높았다. 전체 자산에서 상속‧증여받은 자산의 비율도 독일(42.5%), 프랑스, 스웨덴(47.0%), 영국(56.5%)이 한국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향후 상속자산의 기여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되었다. 상대적으로 상속‧증여 자산이 적었던 1980~90년대에는 독일, 프랑스 등 서구사회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되어 사망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또, 당시는 한국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라 상속의 기여도가 적었고, 저축률도 30%로 매우 높아 상속자산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저성장‧고령화로 진입하면서 상속자산 없이 개인이 자수성가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과거 상속‧증여자산의 비중을 낮추던 모든 지표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이 투자, 저축,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사망률을 높인다”며 “그 결과 고도성장기와는 반대로 스스로 벌어들인 소득에 의한 저축보다 상속, 증여에 의한 자산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로 빠르게 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등에서는 이미 부모의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라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계급을 나누며 자조하는 문화가 만연해있다. 일부 기성세대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청년들의 자기비하를 성토하고 있지만, 그 성공담이 힘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