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1월 5일로 예정되어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이틀 앞서서 발표되었다.
3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확정고시 관련 브리핑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편향된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담화를 시작했다.
황 총리는 이번 발표에서 6‧25전쟁 발발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다는 서술과 대한민국 정부는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해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는 등, 편향된 교과서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검인정제를 강화하자는 여론에 대해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던 학교가 외압으로 인해 무산되었다”며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검인정제도 자체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부분의 교과서 집필진들이 교육부의 정당한 수정명령에도 불응해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 “이 집필진들이 문제지, 참고서에서도 편향된 사관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편향적인 사관을 가진 집필진이 계속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검인정제를 고쳐봤자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아닌 한 종의 편향 교과서가 나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발표에 나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견수렴기간 동안 많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견수렴 결과는 오후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 장관 역시 검인정제도로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이어 “11월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필진 관련 자세한 내용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표할 것이라고 미뤘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친일‧독재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는 성숙한 사회이므로 그런 교과서는 용납될 수 없다”며 “교과서 제작 과정은 전부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교과서 심의회, 전문가 감수는 물론, 인터넷 공개를 통해 국민의 합의도 얻겠다”고 설명했다.
내용 측면에서는 상고사와 고대사를 강화하고, 일제 수탈과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근현대사에서 민주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얻은 성과와 한계를 왜곡없이 서술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통해 자긍심을 세워주는 서술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집필진이다. 대다수 역사학계가 집필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역사교과서 집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또, 정부는 모든 집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대표집필진만을 공개하고, 이외에는 집필진의 의사에 따라 보완이 가능하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검인정교과서가 다양성을 표방할 뿐, 실제로는 외압 등으로 인해 다른 교과서를 채택하기 어려웠다는 예시로서 제시한 교학사 교과서는 인터넷 사이트, 위키 백과 등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을 자료로 사용한 '함량미달' 교과서였다. 그러한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 단순히 편향된 사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어렵다.
검인정제의 실패사례 중 하나인 수정명령 거부역시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속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많은 교육단체가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만 교육부가 징계하겠다고 밝혀 이중잣대 논란도 대두되었다.
높은 반대여론 역시 문제다. 교육부는 국민여론을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오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역사왜곡 등, 국민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반대여론을 어떻게 수렴할 생각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던 '비밀TF'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그 조직을 ‘역사교육지원팀’이었다고 밝힌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조직은 확대편성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권은 ‘거짓말 정권’”이라며 “불통, 억지, 밀실, 날조, 왜곡의 비정상 정권은 결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황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문에 크게 공감한다”며 “야당은 교과서를 핑계로 정쟁을 반복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관해 자세한 사항은 내일,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