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률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0월 26일, 한국은행은 2014년 가계부문 순저축률이 전년대비 1.2%p 높아진 6.09%라고 밝혔다. 가계 순저축률은 가계의 순저축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가계 순저축률은 1990년대 초반 20%대를 유지하다 2011년 3.39%까지 낮아지고, 그 이후로는 점점 상승하고 있어 2013년에는 4.90%였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예금‧보험‧주식‧채권으로 운용한 돈의 증가액은 61조 8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8조 1천억원 늘었다.
2분기의 국민총소득(GNI)는 0.1% 감소했다. 소득여건이 악화되었음에도 가계가 지출을 줄이며 남은 돈이 늘어난 셈이다.
기업, 정부, 가계의 저축을 모두 합한 총저축은 지난 1준기에 36.5%를 기록해 1998년 3분기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1.2%p 하락한 35.3%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가계저축의 확대는 가계의 재무여건을 양호하게 하고, 기업에게는 투자재원으로 활용되어 긍정적이지만, 현재 저축이 늘어나는 이유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연 1%대의 낮은 금리가 유지되는데도 저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4년 2인이상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축보다는 내수회복을 위한 소비를 장려하면서 저축의 날에 출시되던 저축 상품들도 사라졌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최근 저축률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 가계저축 확대는 향후 경제 성장, 고용, 임금 등에 대한 불안심리에 따른 ‘예비적 저축’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위축 및 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을 의미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축률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저축률이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은 국제종합팀 조인우 조사역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가계저축률의 주요 결정 요인”이라며 고령화가 가계저축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