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물질적 삶이 크게 나아졌지만 삶의 질은 그다지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성장해왔다. OECD 회원국들이 2010년 3.0%대의 성장률을 보인 이후에 1%대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한국은 2010년 6.5%의 성장률을 보였고, 2014년에도 3%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OECD 34개국 중 29위로 매우 낮았다. 2014년 삶의 만족도 점수는 5.8점으로, 이전보다 0.2점 낮아지면서 순위도 하락했다.
또, 유엔 세계 행복의 날에 갤럽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143개국 중 118위로 낮았다. 갤럽의 행복도 조사는 ‘잘 쉬었다는 느낌’, ‘미소 짓거나 크게 웃기’, ‘기쁨’, ‘존중받았다는 느낌’, ‘재미있는 것 배우기’ 등의 경험을 했는지 묻는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 친구, 친척이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한국인이 72%만 긍정적으로 응답해 OECD 꼴찌를 기록했다. 어려울 때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은 50세 이상의 응답자 중 60.9%만이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자들은 53.0%만이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노인과 저학력자들의 사회관계망이 약해진 것이다.
또, ‘일과 삶의 균형’ 지수는 33위로, 일하는 시간이 길어 취미생활 등 삶의 다른 부분이 침범 받고 있는 것이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OECD에서 가장 적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버지가 자녀와 놀거나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은 3분 정도로 드러났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삶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은 사람들이 너무 경쟁에 내몰리고 힘들다는 뜻”이라며 “성장도 중요하지만 일과 노동시간 균형, 공동체 회복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GDP규모가 세계 19위인데 삶의 질 항목에서 순위가 크게 낮은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장시간 일하는 노동문화를 바꾸고 근무시간 유연성 확대, 성별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등 일과 가족생활 간의 균형을 잡으라고 권고했다. 또,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빈부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OECD는 인구 20%의 자산이 하위 20%의 6배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세주택 공급 확대와 저금리 보증금 지원 등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학력중심평가 등, 학생들도 입시로 인해 경쟁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