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함 장비 납품비리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이 무죄석방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전 총장과, 이에 협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모(58) 전 대령에게 “문제 있는 장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0월 5일, 무죄를 선고했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을 맡아 통영함 납품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통영함의 음파탐지기 성능 요구 사양을 낮춰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특정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소해함의 경우 제안요청서 자체를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군 보고서를 보면 해당 장비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쓰여있지 않다” “당시 군은 ‘실적장비(다른 함정에 탑재되었던 적이 있는 장비)’와 ‘아직 개발중인 장비’를 구별해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통영함의 장비선정과정이 부주의하게 진행되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오 전 대령이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것도 황 전 총장의 무죄 사유로 작용했다. 오 전 대령은 검찰에서 “당시 문제가 많은 장비라고 인식했으나 황 전 총장이 그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고 진술했고, 재판부는 그 진술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황 전 총장이 오 전 대령에게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과 동기가 하고 있는 납품사업을 도와달라”고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전 대령은 검찰에서 “승진을 위해 정 전 총장과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검찰진술 역시 법정에서 뒤집혔다.
황 전 총장과 오 전 대령은 무죄 석방되었지만, 다른 군 관계자와 미국 방산업체 대표에게는 실형이 선고되었다.
납품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48) 전 중령은 징역 7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원 등이 선고되었고, 황 전 총장에게 장비 납품을 청탁한 군 로비스트 김모(62) 전 대령은 징역 4년에 추징금 4억 8,200만원이 선고되었다.
최 전 중령과 김 전 대령에게 금품을 제공한 미국 방산업체 대표 강모(43)씨는 징역 2년 6개월, 군수품 중개업체 N사의 김모(40)이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군의 무기체계, 무기 구매계약에 대한 공정성, 적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말했지만, “황 전 총장 등 대부분의 해군 간부가 오랫동안 성실하게 복무한 점을 감안해 선고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정 전 총장은 허위공문서에 결재를 해준 혐의로 다른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1,600억원을 들여 실전배치한 통영함은 지난 9월, 해양 폐기물 수거나 어망을 제거하는 등 본래 목적이 아닌 대민지원 임무를 수행하며 도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