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송갑석 "모두가 실패한 자리 성찰과 책임은 없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

  • 등록 2023.09.25 04: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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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재판받을 기회 반드시 보장되길 호소

 

 

(시사1 = 윤여진 기자)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서 "모두가 실패했다"며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다"고 지적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에서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 사퇴는 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며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호소"드린다며 "사법부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의 의미를 결코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양심과 소신에 기반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송갑석 최고위원 사퇴 입장문 전문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습니다 .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 사퇴는 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입니다 .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

 

내일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입니다 .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 . 검찰은 윤석열 정권 2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헌정사상 전례 없이 1 개 지방검찰청 규모에 육박하는 대규모 수사팀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400 회나 벌이며 대표 주변을 샅샅이 들쑤셨습니다 . 누가 봐도 과도하고 악랄한 쌍끌이저인망식 수사로 대표 본인과 주변을 초토화시켰습니다 .

 

이제 거의 모든 수사가 끝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입니다 .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 2 년 넘게 이어져온 검찰수사의 정치성 , 부당성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그 매듭을 끊으려는 뜻이 포함된 결과이지 , 결코 구속영장 발부 자체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 사법부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의 의미를 결코 오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기나긴 시간에는 검찰의 일방적 독주만 있었습니다 . 이제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에 상응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 향후 재판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 그리고 형사법의 기본 룰인 불구속수사의 원칙 , 무기대등의 원칙 준수라는 관점에서도 , 이재명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

 

“ 이제 본회의 표결 시간이 20 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 아직까지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 어떤 선택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외통수 길에 몰렸지만 , 정치적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작은 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

 

표결 전날 의원총회에서 제가 했던 발언입니다 .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그 20 시간의 마지막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메말라버린 신뢰 , 실종된 리더십 ,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 등 우리 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 저의 실패였고 지도부의 실패였으며 168 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였습니다 .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 급기야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가결이냐 ,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 증명하지 않는 자 , 증명하지 못한 자 , 증명이 불충분한 자의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합니다 .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한 줌의 씨 종자처럼 남아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 그것이야말로 양심과 소신에 기반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

 

저는 지난 3 월 31 일 이 자리에서의 첫 발언에서 “ 드넓은 바다와 같은 민심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더불어민주당의 변화와 승리가 시작될 것 ” 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

 

다시 국민의 시간입니다 . 지금 민주당은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 우리가 그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입니다 . 68 년 민주당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 저는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 극단의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길에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윤여진 기자 016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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