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문, 성찰과 반성의 1만인 선언

  • 등록 2022.03.02 08: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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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

 

서울대 동문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끄러운 서울대, 성찰과 반성의 1만인 선언‘을 했다.

 

서울대 동문들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부끄러운 서울대, 성찰과 반성의 1만인 선언‘ 행사를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울대 출신 동문을 대표해 황지우 시인(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소설가 김영현 전 실천문학사 대표,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역사학자 전우용 한국학 중앙연구원 객원교수, 물리학자 이종필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 낭독한 '부끄러운 서울대, 성차과 반성의 1만인 선언문‘을 통해 ”우리 사회 공동체의 내일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가 우리 동문의 자랑과 긍지가 아니라 수치와 불명예가 되고 있는 현실에 더할 수 없이 참담하다“며 “우리는 코로나팬데믹과 기후·에너지 위기,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 과제 앞에서 혁신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낡은 과거로 퇴행시키려 하는 인물에게 우리와 우리 자손의 장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소불위의 검찰 특권을 맘껏 누려오면서 이제는 권력의 도구로서의 검찰을 넘어서 정치가 검찰의 도구가 되는 검찰독재의 망상에 사로잡힌 이에게 최고권력을 갖다 바칠 수는 없다”며 “거듭되는 망언과 실언은 실수나 부주의가 아니라 적나라한 자기 실체의 고백에 다름아니기에 우리는 그를 도저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한 정병문(불문과, 73) 모임 공동대표는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현명한 자는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며 “이 말은 우리가 곧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후퇴하지 말고 단합해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희종(수의대, 77)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기득권 세력이 학교 출신이 많다, 보수진보, 야당여당 모두 서민과 함께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며 “전혀 인문학적 소양도 없이 적폐 집단의 주역이 되어 오히려 우리 사회를 퇴행시키는 사람이 우리라는 것이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피력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은 10여 일 만에 서명 참여자가 5700명을 돌파했고, 2일 12시 현재 서명자는 6828명을 넘어섰다. ‘부끄러운 서울대, 성찰과 반성의 1만인 선언 서명’ 모임 측은 “검찰독재를 꿈꾸고 전쟁위기를 조장하며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동문이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라는 것이 자랑과 긍지이기는커녕 수치와 불명예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명은 1951년 한국전쟁 중 포화 속에서 입학한 구순(九旬)의 졸업생에서부터 아직 성년이 안 된 1학년 재학생인 2022학번까지 지난 70년간의 학번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주최 측은 오는 9일 대선 본투표 때까지 서명운동을 이어가 1만인 목표 달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부끄러운 서울대, 성찰과 반성의 1만인 선언‘ 전문이다.

 

서울대인들은 지금 매우 부끄럽습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내일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가 우리 동문의 자랑과 긍지가 아니라 수치와 불명예가 되고 있는 현실에 더할 수 없이 참담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국민의 뜻을 모으는 축제가 돼야 할 대선을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는 동문 출신 후보의 어지러운 굿판을 보며 우리 1만여 서울대인들은 우리의 이성과 양식의 발로에서 단호하게 선언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의 상식과 양식을 무례한 구둣발로 짓밟으려는 이가 한국호를 이끄는 대재앙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 우리 동문들이 먼저 나서서 이를 막으려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팬데믹과 기후·에너지 위기,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 과제 앞에서 혁신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낡은 과거로 퇴행시키려 하는 인물에게 우리와 우리 자손의 장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무소불위의 검찰 특권을 맘껏 누려오면서 이제는 권력의 도구로서의 검찰을 넘어서 정치가 검찰의 도구가 되는 검찰독재의 망상에 사로잡힌 이에게 최고권력을 갖다 바칠 수는 없습니다. 집권 후 정치보복의 피바람을 공공연하게 예고하는 이에게 살벌한 철권을 안겨줄 수는 없습니다. 남들에게는 서슬 퍼렇고 자신과 주변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에게 공정과 정의의 칼자루를 쥐어줄 수는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등 한반도에 또다시 참화를 불러올 위험천만한 주장을 펼치는 이에게 우리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저당 잡힐 수는 없습니다.

 

주 120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제 폐지, 양극화와 약자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며 남녀와 세대,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혐오와 반목의 정치를 우리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은 찾아볼 수 없는 이, 대한민국의 미래 이전에 자기 자신의 장래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로 하여금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거듭되는 망언과 실언은 실수나 부주의가 아니라 적나라한 자기 실체의 고백에 다름아니기에 우리는 그를 도저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역량은커녕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상식마저 결여한 동문 출신 후보의 몰상식과 무지를 규탄하는 우리의 심정은 우리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게 합니다. 학교의 강의실에서, 암울했던 시절에는 거리에서 배우고 실천하려 했던 자유와 정의 진리의 정신으로 돌아가 그에 대한 성토와 규탄에 앞서 우리 스스로 반성과 성찰부터 하고자 합니다. 한국사회의 온갖 적폐를 낳는 서울대 동문들의 타락과 부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심정만큼코로나보다 더 끔찍한 재난을 두고 볼 수는 없기에 나섰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김철관 기자 33566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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