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로 가족관계 이어준 효(孝)우체통

  • 등록 2016.06.08 04: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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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간, 690여통의 마음을 배달

 

김 00 할아버지는 얼마 전 연락이 뜸했던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바로 김할아버지가 지난 1월에 보낸 편지를 받고 연락을 준 것. 김 할아버지는 “평소 무뚝뚝한 아들이 편지를 받고 안부전화를 더 자주하게 되었다. 자식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회로 삼아 더욱 더 돈독한 가족관계를 갖게 된 것은 모두 효우체통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이 00 할머니는 학창시절 친구에게 편지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르신은 “함께 공부할 당시에는 차마 전하지 못했던 말도 편지에는 다 쓸 수 있어서 좋다.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랄 옛 동창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효우체통을 통해 옛 지인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고 기회가 되면 만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라고 말했다.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 앞에는 일반 우체통과는 다른 색다른 디자인의 빨간 우체통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은 바로, 효(孝)우체통.

 

이 우체통은 지난 2014년 9월 서울시가 설치한 것으로 손 편지에 익숙한 어르신들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 또는 자신에게 쓴 편지와 사연을 상시 접수하여 매월말 발송하고 있다.

 

더불어, 서울시와 서울노인복지센터는 글을 쓰시는데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하여 대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효 우체통에는 201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총 690여 통, 월 평균 30여 통의 편지가 모아졌다.

 

평소 함께하는 사이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사연, 십수년 전 헤어져 연락 한 번 하지 못하고 지낸 동창의 옛 주소를 가지고 편지를 써보신다는 어르신들의 사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봉사자와 참여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특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서 직접 편지를 쓰고, 또 이 편지를 기다리며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어르신도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어르신의 호응을 힘입어 서울노인복지센터 정문을 비롯해 추억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낙원동 실버영화관 내, 이동도서관이 운영되는 탑골공원 정문 앞 등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종로구 일대에 3개소에서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어르신 이외에도 다양한 세대가 효우체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대상을 늘려갈 예정이다.

 

박기용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장은 “효 우체통은 쓰는 이에게는 물론 받는 이에게도 평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어르신에게 호응이 높다” 며 “어르신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여나갈 예정” 이라고 말했다.

 

장현순 기자 hyunsoon11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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