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차기 지도부 구상에 대한 난관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가운데,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포스트 하메네이’ 정국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가 염두에 둔 인물 대부분은 이미 사망했다”며 이란 내 친미 성향 지도부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또 다른 집단이 있지만 그들 역시 죽었을 수 있다”며 “머지않아 우리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아주 훌륭한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후퇴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실제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알리 샴카니 국방위원회 사무총장,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이란 권력 핵심 인사 수십 명이 사망하면서 미국이 접촉 가능했던 인적 기반도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경한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아마 최악의 상황은 이런 과정을 겪고도 5년 뒤 더 나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며 권력 승계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언이 나온 지 몇 시간 뒤, 이란이 강경 성향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구상이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 역시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혁명수비대 등 강경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망명 중인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라비에 대해서는 “이란 내부 인사가 더 적합하다”며 대안 가능성을 일축했다. 팔라비가 해외에서는 주목받고 있지만 이란 내 실질적 지지 기반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내부에서도 정권을 대체할 뚜렷한 야권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유지돼 온 성직자 중심 신정 체제와 혁명수비대의 권력 구조가 여전히 견고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 국민에게 시위 자제를 요청하며 봉기 유도 발언을 중단한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 변화로 해석된다.
미국은 다른 대안도 모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접촉하며 이란 정권 약화 국면에서 활용 가능한 지역 세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다만 무기 지원이나 군사 협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CNN은 “이란에는 미국과 협력할 자동적인 대체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하메네이 사망 이후 권력 승계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내부 권력 경쟁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가 제거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테헤란 권력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친미 후계 구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강경파 부상이 현실화되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