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김기봉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대한 군사 대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핵심 통로가 사실상 위협받으면서 원유·가스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고문은 국영TV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오면 안 된다”며 “통과하려는 모든 대상에 사격할 것이며 심각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해협 봉쇄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가스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된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송되는 만큼, 지정학적 긴장이 곧바로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6.3% 상승한 배럴당 71.10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역시 6.88% 오른 배럴당 78.8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유가가 13% 가까이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넘어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공급 차질 우려는 현실화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는 하루 55만 배럴 생산 능력을 가진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까지 LNG 생산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카타르는 글로벌 LNG 수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생산된 LNG 역시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해협 리스크는 곧 천연가스 시장의 가격 변수로 직결된다.
카타르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가스 시장은 급등세를 보였다. 영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약 50%, 네덜란드 TTF 선물은 45% 이상 치솟으며 에너지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가격 급등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유와 LNG 가격 상승은 전력·운송·화학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변수”라며 “실제 봉쇄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료 상승, 운송 지연 등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다시 ‘공급 충격’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군사적 충돌 확산 여부와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수송 정상화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