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리는 신세계, 정용진 전략의 한계

  • 등록 2025.12.15 1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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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1 윤여진 기자 | 올해 신세계그룹의 실적은 한마디로 말해 위기의 실체를 숨기지 못한 성적표다. 그룹의 핵심 축인 이마트가 흔들리자, 신세계 전체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용진 회장이 내세운 ‘가격 파격’과 ‘공간 혁신’은 분명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점포의 고객 유입도 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에 가깝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고,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했다. 상반기 이마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는 숫자는, 현 전략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님을 분명히 말해준다.

 

일부 분기에서의 실적 반등 역시 착시에 가깝다. 인건비와 판관비를 줄여 만든 숫자일 뿐, 오프라인 경쟁력이 되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이미 매장을 떠났고, 가격 경쟁력만으로 온라인 플랫폼과의 싸움에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

 

백화점 부문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명품 소비에 기대는 구조는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이마트 부진으로 발생한 그룹 전체의 균열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 냉정하다. 롯데쇼핑이 온·오프라인 균형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한 것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기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경쟁력 약화는 전략 실패가 누적된 결과다.

 

정용진 회장이 G마켓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커머스 반전을 자신하지만, 시장은 냉담하다. 이미 판이 기울어진 경쟁 구도에서 의지와 구호만으로 판세를 뒤집기엔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세계의 문제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다. 전략의 문제이자 리더십의 한계다. 가격을 낮추고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험이 아니라,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선택이다.

 

올해 실적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용진 회장의 현재 전략만으로는 신세계의 재도약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신세계는 진짜 변화를 선택할 준비가 돼 있는가.

윤여진 기자 016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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