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오픈AI가 챗GPT를 단순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넘어 외부 서비스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도비가 포토샵·익스프레스·애크로뱃 앱을 챗GPT용으로 공식 출시하면서, 사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대화창에서 사진 편집·그래픽 제작·PDF 작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어도비는 단숨에 8억 명 규모의 잠재 이용자에게 접근하며 AI 시대 이미지·문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11일(현지시간) 어도비는 챗GPT 전용 포토샵·익스프레스·애크로뱃 앱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자연어 기반 편집이다. 사용자가 “포토샵, 이 사진 배경을 흐리게 해줘”라고 말하면 챗GPT가 자동으로 포토샵 도구를 호출해 편집 과정을 안내한다. 밝기·대비 조정, 생동감 강화, 블러, 글리치·글로우 효과 적용 등 주요 기능을 지원한다. 단 포토샵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제너러티브 필’은 이번 통합 버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디자인 툴인 익스프레스도 이용할 수 있다. 초보자도 챗GPT에서 템플릿 선택, 텍스트 입력, 이미지 교체, 애니메이션 적용 등을 통해 초대장·포스터 등을 즉석에서 제작할 수 있다. 애크로뱃 앱 역시 PDF 텍스트·표 추출, 파일 병합·정리, 압축, 변환 등 주요 기능을 자연어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어도비 디지털미디어 부문 사장은 “누구나 자신이 쓰는 언어로 간단히 지시하는 것만으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크리에이티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어도비 합류는 오픈AI가 추진하는 ‘서드파티 생태계’ 전략의 연장선이다. 앞서 스포티파이, 질로우, 피그마 등이 챗GPT 연동을 시작한 가운데, 어도비까지 참여하면서 8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규모 앱 허브가 구축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도비에게도 이번 통합이 중요하다고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챗GPT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통해 자사 제품 접근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챗GPT에서 어도비 앱을 가볍게 경험한 사용자가 더 정교한 편집이나 제작이 필요할 때 전용 앱으로 넘어오는 ‘유입 경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AI 중심의 업무·콘텐츠 제작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양측의 협업은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