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장군의 하극상, 별 하나가 별 두 개를

욕설은 물론 폭행·협박 혐의가 포착 국방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

 

 

지난 5월 우리 군의 해외 정보 담당 첩보 부대의 최고 사령부인 정보사령부에서 장군 하극상이 발생했다. 별 하나가 별 두 개에 대해 저지른 일이다. 정보사령부는 신호정보를 관장하는 777사령부와 함께 국방부 직할 정보본부로부터 지휘를 받는 부대다.

 

국방부 감찰 조사 결과, 이 부대 지휘관인 정보사령관의 직속부하에게서 하극상이 발생한 것이다. 욕설은 물론 폭행·협박 혐의가 포착되었고 국방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너무도 충격적이다. 단순히 계급의 상하 관계를 뛰어넘어 지휘 관계에 있는 부하 여단장이 직속 상관인 사령관에 대해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단장의 정보 활동에 대해 법적 문제를 우려한 사령관의 정당한 지휘 행위에 대한 항명인 것이다. 군에서 일어나는 하극상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4월 면담 중이던 현역 상병이 여군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2022년 2월 훈련 도중 중사가 팀장인 상관의 다리를 향해 공포탄을 쏜 사건도 있었다.

 

2015년 국방위 소속 모 국회의원에 따르면, 2010~2014년 연간 평균 60건의 하극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63%인 대부분은 병 상호 간에 발생한 문제다. 통상적으로 간부 하극상의 경우도 대부분 초급 간부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장군의 하극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필자의 기억에도 1979년 전두환이 주도한 12·12 쿠데타 이후 처음 듣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이 기존 하극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과 해결책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군 기강의 문제다. 군대 내에서 하극상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상관에 대한 도전, 욕설, 폭행 등은 군의 기강을 크게 흔들 수 있으며, 이는 군의 조직 체계와 명령 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특히 사령부 수뇌부 지휘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건 자체가 매우 위중하다. 하극상 가해자 건 피해자 건 둘 다 지휘관이고 조직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문제로 인해 부대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은 물론, 지휘관을 비롯한 부대 전체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

 

둘째, 안보 위협의 문제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군사 조약을 체결한 시점이다. 대북 정보 수집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에 우리 군의 첩보 수집 부대 수뇌부에서 내부 분쟁이 발생한 것은 우리의 국가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의 조사 과정과 최종 결과는 해병대 채 해병 순직 사건, 육군 전방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등과 함께 부대가 정상적인 환경에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국가 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 조직 내부 갈등의 문제다. 통상적으로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기면 업무 능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이직이 증가하여 생산성이 하락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법적 분쟁 비용, 시간 비용 등이 발생할 것이고 온전한 임무 수행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지휘관의 경우 지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톱 다운식으로 이어져 조직원 전체에도 경색된 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건의 이슈화로 인해 조직 이미지도 하락할 수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보사령부의 경우 이러한 갈등은 정보 수집 및 분석 업무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고, 이는 대북 정보 수집과 같은 중요한 임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우리 군의 심각한 기강 문란 행위로 간주하고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들에게 법과 규정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군 내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여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기강 확립이다. 군 내부 기강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존중과 소통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조직 문화 개선이다. 정보사령부 뿐 아니라 전군의 육해공군 모든 부대 내에서의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여 내부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워크숍과 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황 관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보사령부 뿐만 아니라 전체 군 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군 내부 기강의 중요성과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대처를 통해 군의 기강을 다시 세우고, 국가 안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한편, 군형법상 항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상관 폭행·협박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는 정부 및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 인권 강의를 종종 나가고 있다. 그런데 강의장에 도착해 보면 대체로 기관장이나 고위간부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사무관급 이하 혹은 소령급 이하 간부들이 주를 이룬다. 정작 참석해야 할 간부들은 기관장, 지휘관을 포함한 고위간부들인데 말이다. 이들은 조직 내 인권침해 예방은 물론 사건 발생 시 조치를 해야 할 관리자이면서,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누구보다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