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은 춘천호와 소양호 그리고 이 두 호수가 만나 생긴 의암호가 있다. 특히 의암호는 춘천 시내를 끼고 있고 면적도 제법 넓다.
의암호는 위도·중도·하도 등 세 개의 섬으로 나눈다. 위도는 가장 상부에 자리 잡은 섬으로 고슴도치섬이라고 불린다. 중도는 섬이 제법 넓어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었는데, 현재 레고랜드 건설 때문에 섬이 폐쇄돼 있다. 하도는 태양열 발전시설이 들어섰지만 과거 붕어섬이라고 부르며, 연인들의 비밀의 섬이었다. 이렇게 춘천은 섬과 호수와 안개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자연과 인간이 엮은 춘천의 호수와 안개 그리고 설화와 관련된 역사를 되돌아보며,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책이 출판됐다.
허필연 작가의 수필집 <고산에서 고산으로>(도서출판 산책, 2023년 23일)은 춘천 근화동을 배경으로 한 공지천의 설화, 공지어의 설화, 고산 설화 등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했고, 고산(孤山)과 고산(高山) 그리고 고산(故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설화는 한 민족 사이에 구전돼 온 모든 이야기로서 신화, 민담, 전설 등을 포괄한다. 설화란 한 마디로 인간의 소리, 몸짓, 말, 생각, 쓰기, 그리기 등의 얘기를 상상하고 표현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춘천 근화동에서 내려온 설화들을 정리했고 그 설화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파악하고 있다고나 할까.
고유어로 곰실내, 곰짓내 등으로 불린 공지천의 설화는 지명과 인간 그리고 신이 함께 전해지는 신화, 전설, 민담 등이 골고루 섞였다.
“대룡산 산신이 내려 준 물이라는 의미의 공지천은 신과 인간의 함께하는 신성공간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함께한 시공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3차원의 시공에 신들이 사는 4차원의 시간이 함께하는 시공세계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공지천에서 유래한 공지어 설화는 의암호 일대와 소양호 등에 겨울이면 한참 잡히는 빙어의 유래 같기도 하다. 모든 물고기의 비늘은 자신의 몸의 색을 투영한다. 토종 붕어는 황금비늘을 띄기도 한다.
“의암호와 공지천에 토종붕어가 산다. 빙어와 토종붕어가 황금비늘을 달고 공지천 상공에 은빛수를 놓으며 날아오르는 공지어 떼를 만나는 날도 머지않았다. 공지천에 고 이외수 소설가의 황금비늘 거리가 있다. 그의 황금비늘에는 황금비늘을 단 은어가 하늘을 난다.” - 본문 중에서
고산설화 중 중도의 가장 높은 산인 고산(高山)이 고산(孤山)으로 불린 것은 원래 금강산에 붙어 있던 것이 장마에 떠 밀려오다 중도에 걸려 자리를 잡은 외로운 산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산이 고산(孤山)으로 불리게 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중도 생태숲길을 고산(孤山)에서 고산(高山)으로, 때론 고산(高山)에서 고산(故山)으로 생각하며 걷는 것도 묘미일 듯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고산의 향기가 삶의 노정에 찌든 때를 벗겨 주는 듯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산(孤山)은 원래 금강산에 붙어 있던 산자락인데, 큰물이 나갈 때 금강산에서 떨어져 내려오다 중도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산(孤山) 중도 주민들이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담아 고산으로 불렀을 수도 있고, 모래의 퇴적물로 인해 생긴 지역이라 바위가 없는데, 고산이 홀로 솟아 있으므로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으리라.” - 본문 중에서
근화동의 공지어 설화와 고산설화는 물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춘천의 인문재생은 그 물줄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전통과 인간 그리고 신이 함께 숨 쉬는 신비의 체험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386세대(현재 586세대)와 함께 춘천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고 이외수 작가의 작품과 386세대 작가인 춘천토박이 권준호 시인, 춘천으로 이주·정착해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금시아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며 그들이 시에서 그린 의암호와 공지천 그리고 안개의 이미지를 관찰하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 허필연은 시집 <밀어1~2> <너에게 줄 귤 다섯 개 하루종일 포장했다> 등이 있다. 페이스북, 유튜버에서 ‘시 읽어주는 여자 V’ 등 그리에이터, 스토리텔러, 통합인문치료프로그래머, 인문치료상담사, <한국인권신문> 인터뷰 작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