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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 이외수 선생과 '굽히지 않는 펜'

29일 춘천 안식원에 고이 잠들다

 

소설가 고 이외수 선생이 29일 오후 강원도 춘천 안식원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지난 25일 오후 8시경 사망한 고인의 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러졌다. 26일 입관, 29일 가족장으로 발인을 했고, 춘천 인근 안식원에 잠들었다.
 
지난 27일 오후 12시 20경 춘천호반장례식장 빈소에서 조문을 했다. 영정 앞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의 조화가 놓여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영정에 국화 한 송이를 놓았고, 꺼져가는 향로의 향불도 피웠다.
 
5일장을 마친 29일 발인이 있던 날, 고인이 생전 함께 아껴줬던 탤런트 오솔미 박사와 강남 올림픽공원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선생님과의 추억을 되새겼고 반주로 와인을 한잔했다.
 
오솔미 박사는 탤런트로서도 재능이 있다. 등단은 하지 않았지만, 작가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글에도 남다른 재주가 뛰어난 분이다. 같은 날인 지난 27일 그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후, 추모시를 남겼다.
 
★미소짓는 별★
ㅡSMILING STARㅡ

오늘.
춘천이 고요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진 속에 환하게 웃고있는 그대의 모습을 햇살의 따사로움만이 감싸안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그대의 모습. 오랜만입니다.
이제야. 웃으시는군요.
이제야. 자유로워지셨군요.
오늘 저는 알게되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환하게 자유로이 웃을수있다는것을.
그래서. 오늘 당신의 영정사진을 보며 다시 삶에서 용기를 다짐했습니다.
그대여.
문학의 빛나는 별이였던 그대가.
이젠 온 세상을 영원히 비추는 별이 되었군요.
언제나.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소년처럼 미소짓는 모습으로 별이 되어 지켜봐주세요.

고인은 지난 2020년 3월 22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쓰러지기 20일 전인 2020년 3월 2일 춘천 한 카페에서 고인을 만나, 세상사를 논했다. 특히 ‘코로나19와 언론보도’와 관련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당시 코로나19가 신천지 신도에 의해 확산된 시기였고, 언론의 무차별 경쟁보도가 국민의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고인은 “국적 불명과 같은 언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의 방역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기자가 소설을 쓰는 것을 가지고 욕해야지,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 같고 욕을 하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었다.
 
지금도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사무친다.
 
지난 2019년 7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굽히지 않는 펜’ 언론자유 조형물 개막식이 열렸다.
 
일주일 전인 7월 10일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 집필실에 있는 선생을 찾아 ‘굽히지 않는 펜,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라고 했던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어록을, 선생님의 글씨로 써 주라고 부탁을 했다.
 


곧바로 먹을 갈아 자신이 특허를 낸 고유체인 목저체(나무젓가락으로 쓴 글씨체)로 써 줬다. 이후 작품을 서울로 가져온 후 당시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에게 전달했고, 오정훈 위원장과 나는(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각각 그 작품을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이 작품은 2020년 7월 16일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 개막식 특별이벤트에서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김환균 대전 MBC사장이 일정 금액을 쾌적해 주최 측은 그에게 이 작품을 전달했다.
 
고인의 발인이 있던 날인 29일 김환균 사장에게 이외수 선생 부음기사와 과거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 건립행사 기사를 보내줬다. 이를 확인한 김 사장은 톡을 통해 이렇게 답했다.
 
“우리에게는 그런 추억이 있지요. 선생님의 글씨는 조형물 건립해 쓰라고 거금을 쾌척해주신 익명의 시민께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으로 2018년 8월 선생님이 출판한 <이외수의 캘리북> 한 구절을 소개할까 한다.
 
-나는 누구일까-
 
“지금 감성마을에는 제법 드센 바람 속에서 눈발까지 희끗희끗 비껴 날리고 있습니다. 적설량 2~5센티미터 정도의 눈이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습니다. 화천에서 군대 생활을 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는 봄이 아주 더디게 오는 고장이지요. 심지어는 5월 17일에도 눈이 내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다린다고 빨리 올 봄이 아닙니다. 그리고 봄이 온다고 세상이 썩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은 산천이 모두 을씨년스럽습니다. 외로움마저도 상념의 처마 끝에 고드름으로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문학소년으로 돌아가 연애시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시인지 궁금하시면 대한민국에 봄이 오기를 기다려 주세요. 시인들이 가슴에 꽃이 피기를 기다려 주세요. 하늘 아래 모든 땅에 봄이 온다고 하더라도 시인들의 가슴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진정한 봄이 아닙니다.”
 
소설가 고 이외수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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