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훈의 詩談/80] 이미순 ‘공허’
그대가 가는 길은 쓸쓸하리라
떠난 이의 그리움에
지금도 가슴 저미는 그리움에
이룰 수 없는 꿈을 안고 슬퍼하리라.
사랑도 명예도 다 부질 없으리라
십팔 년 동안 공들였던 자식을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것을.
아픈 가슴 달래며 소중한 시간
어루만지며 그대 가슴앓이 하리라
사랑인 줄 알았지만 헤어짐에
눈물만 흘려야 한다는 것을.
오늘이 가고 내일이 가고
수십 년이 간 먼 날에도
뻥 뚫린 가슴에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아두리라.
*아들을 교통사고로 보내고 가슴 아파하는 친구를 보면서.
-이미순, 시 ‘공허’
이번 칼럼에서는 2007년 5월 첫 시집을 상재한 ‘수향’ 이미순 시인의 시집 ‘꿈을 파는 여자’에 등장하는 ‘공허’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순 시인과 필자는 2007년 9월9일 북한강문학비 건립 개막식에서 첫 대면을 했다. 그날 이 시인의 친필이 적힌 시집을 받을 수 있었다. 공허라는 작품은 이 시인의 친구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자 그 아픔을 보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지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해당 작품은 우리의 인생을 함축한 것으로도 보인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가고 수십 년이 간 먼 날에도 뻥 뚫린 가슴에 그리움만 쌓아둔다는 마지막 문장이 우리의 인생을 함축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다양한 그리움을 쌓아갈 것이다.
필자의 시담 칼럼은 이번 작품 소개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시담 칼럼을 통해 부족했지만 독자들에게 시와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 및 사안들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풍성한 내용과 명확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내용을 담아내는데 부족함이 떠올라 그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시를 소개하고 사회현상의 내용을 문학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도와준 <시사1>에 감사를 표한다. 2020년 첫 칼럼을 시작했을 당시엔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3월 칼럼을 마무리하는 시점엔 코로나의 기승이 한 풀 꺾임을 느끼게 됐다. 코로나로 긁힌 우리사회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보통 일상이 아무렇지 않듯 찾아와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