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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78] 김근당 ‘아버지의 목소리’

새벽이면

들판에서 건너오는

생생한 소리가 들리곤 했다.

 

여명을 끌고 오는 듯

샛강을 건너

삶이 열리는 마당을 지나

거기 사립문으로 들어서는 소리.

 

얘야! 세상에 나갈 때는

욕심이 허기진 곳으로 가지 말고

꿈으로 다져진 길로 가거라

 

마루로 올라서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나면

거기 바짓가랑이 이슬을 터는

아버지가 서 있곤 했다.

 

- 김근당, 시 ‘아버지의 목소리’

 

이번 칼럼에서는 김근당 시인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근당 시인은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96년 ‘시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의 시집인 ‘물방울 공화국’에 출전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필자가 2015년 5월22일 김근당 시인에게 직접 받았다. 칼럼을 쓰기에 앞서, 책장을 살펴보던 중 그의 시 한편이 눈에 띄게 되면서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해당 작품을 알리게 됐다. 김근당 시인의 시집 전반에는 이번에 소개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비롯해 전원의 서정적 풍경과 오래된 역사적 문화의 모습, 과거와 현대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해석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다. 역사를 넘나드는 그의 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고 자부한다.

 

이 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욕심이 허기진 곳으로 가지 말고 꿈으로 다져진 길러 가거라”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꿈을 보여주기 보다 욕심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연장선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5일 대선후보 TV토론 때 윤석열 후보와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해 토론을 할 당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다소 논란이 될 소지의 발언을 했다. 추후 이재명 대선후보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가슴을 후벼 파는 이런 냉소적 언사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처사로 합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태도가 바로 제가 토론에서 지적한 초보 정치인의 한계인 것”이라고 본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닌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발언임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우리의 지도자들이 ‘욕심이 허기진 곳이 아닌 꿈으로 다져진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정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는 것인지 ‘욕심’과 ‘정쟁’으로 얼룩진 2022년의 정치권을 보고 있으니 긍정을 찾지 못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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