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우태훈의 詩談/73] 문점수 ‘새 친구’

아코디언을 가슴에 끌어안고

현란한 손놀림에 취한다.

 

자유자재로 음률에 머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쌀 10kg 만큼의 무게, 가슴에 안고

어루만지면 밥알이 입 안에 머물 듯

달콤함에 녹아내린다.

 

작은 체구가 무게에 눌려

어쩔 줄 모르던 순간도 잠시

악기는 나의 분신처럼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황혼이 머무는 그날까지

아코디언은 내 곁에 머물며

새 친구가 될 것이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가슴에 안겨 떨어지지 않는.

 

- 문점수, 시 ‘새 친구’

 

이번 칼럼에서는 문점수 시인의 ‘새 친구’라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점수 시인과 필자는 격월간 잡지인 ‘좋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우이기도 하다. 또 문 시인과 함께 좋은문학에서 2007년부터 2009년간 함께 시 작품으로 호흡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새 친구’는 그가 올해 1월 월간문학에서 발간된 635호 잡지에 올라온 작품이다.

 

문점수 시인의 작품인 새 친구는 사람이 아닌 아코디언을 의인화한 작품으로, 사람은 무엇인가 새로움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면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문 시인은 아코디언과 함께 하는 생활을 황혼이 머무는 그날까지 한다고 했다. 그가 아코디언을 통해 무엇을 노래하고, 추후엔 무엇을 노래할 것인지 문뜩 궁금해졌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에서 ‘흑인 인어공주’로 이목을 집중시킨 할리 베일리의 친언니인 클로이 베일리가 최근 SNS를 통해 언급한 발언과도 연관이 깊다. 클로이는 21일 자신의 SNS에서 “(동생과) 서로 비교하는 것을 멈춰달라”며 네티즌들에게 촉구했다. 두 자매는 사이가 좋지만 많은 네티즌이 두 사람을 비교하자 이를 지적한 셈이다.

 

두 자매의 우애는 외국인인 필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두 자매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소개되자 문뜩 문점수 시인의 ‘새 친구’가 떠올랐다. 저출산시대와 핵가족화가 지배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부분 ‘배려’보다 ‘이기주의’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 시인의 새 친구 작품과 베일리 자매의 우애는 이기주의의 벽을 부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고 자평하고 싶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