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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71] 강재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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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말하기도 아까운 사람을 위해

따로 준비된

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어도

선뜻 보고 싶다

말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오래 전에 준비되었던

가슴 속 언어들을 불러내어

이젠 배냇저고리 짓듯

말을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 잡으면 내 살 같은 사람

얼굴 마주보면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위해

누구에게도 쓰지 않은 말

가시도 돋지 않은 겨울 언 땅에 숨어 있다면

억만 광년의 빛을 뿜어 캐오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말하기도 아까운 사람을 위해

따로 준비할 수 있는 말

꼭 한 마디면 됩니다

 

- 강재현, 시 ‘말’

 

이번 칼럼에서는 강재현 시인의 시인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원도 화천 출생으로 199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재현 시인의 이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시집인 ‘사람은 그리워하기 위해 잠이 든다’에 등장한다. 필자는 강 시인과 함께 2008년부터 2010년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시 동인 카페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강 시인의 시를 살펴보면, 순수한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강 시인의 시 전편에 흐르는 감정은 서정적인 면이 면면히 흐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말’을 읽다보면 강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편의 시로 시인의 전체적 의식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 말하기도 아까운 사람을 위해 따로 준비된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특별히 그보다 더한 좋은 어떤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일 것으로 보인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꼭 한마디 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강 시인의 시를 현 시점에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가올 제20대 대통령 선거와도 연관이 깊다. 최근 주변 지인들과 대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꼭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누구를 뽑아야 좋을 지 모르겠다”는 답변이다. 어떤 대선후보든 거대정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뽑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중론이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뽑아야 좋을지 모르는 현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할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애초에 우리 정치권이 우리 국민들에게 괴로운 고민을 던져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도 한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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