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우태훈의 詩談/61] 김현승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시 ‘가을의 기도’

 

이번 칼럼에서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 시인은 기독교적인 경건성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의 운명 및 내면의 세계를 문장으로 변환하는데 두각을 보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가을의 기도’ 역시 절대고독을 통한 삶의 궁극적인 가치를 추구했다는 평을 문학계로부터 이끌어냈다.

 

이번 칼럼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사회를 뒤덮은 코로나19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점과 연관이 깊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일상생활’을 잃어버린 인류. 그리고 ‘일상생활’의 복귀를 원하는 인류의 기도에 신께서 응답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실제 1일 오전 5시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첫 단계 방역완화 계획이 실시된다.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업시설 역시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 우리는 서서히 일상생활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역습도 우려해야 한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우리 모두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의 문구가 이뤄지길 소망한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