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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55] 한선향 ‘파도가 종을 울린다’

어머니의 젖가슴이 출렁이는 바다

가부좌 튼 달마상 하나

환한 미소로 떠 있다

 

물주름 잡힌 파도

행간으로 진동하는 녹내음의 파장이

댕댕 울리던 종소리

콧등 시큰하도록 한세상 울린 어머니의 기도가

 

두손 가득 바닷물 움켜쥐고

날 세운 갈고리 가슴 치다보면

살을 도려낼 때마다 피어나는

하얀 연꽃, 연꽃들

 

몇 억 만년 저 편에서 이 편으로

숙명처럼 떠 있는 풍경 울리며

비우고 또 비워낸 파도소리

 

파도가 치면 종이 울고

종이 울면 따라 우는 파도

비우고 또 비워낸 파도소리

 

파도가 치면 종이 울고

종이 울면 따라 우는 파도

 

- 한선향, 시 ‘파도가 종을 울린다’

 

이번 칼럼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한국시낭송가협회 및 백양문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선향 시인의 작품 ‘파도가 종을 울린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시인의 시집 ‘비만한 도시’에는 불교의 색채가 짙다. 달마상 및 연꽃 등이 이를 방증한다. 파도를 엄니의 젖가슴에 비유하면서 달마의 환한 미소를 떠올린다는 문장도 그렇다.

 

어머니의 기도가 종소리처럼 울리고, 바닷물을 움켜지고 가슴치다보면 피어나는 하얀 연꽃의 그리움에 피어난다고 한다. 오랜 세월 숙명처럼 떠있는 풍경을 울리며, 비우고 비워ㅓ낸 파도소리는 어머니의 가슴 같다는 한 시인의 문장력에 공감을 표한다. 종과 파도 모두 어머니 가슴 속에 있다고 필자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시인의 작품에서는 한 편의 ‘과거 시대상’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새로운 개념의 아젠다인 ‘메타버스’가 필자 입장에서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지는 않다. 새로운 아젠다가 등장할수록 과거의 향수는 더욱 짙게 찾아올 것이고, 과거의 순수함이 흐려지게 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meta)’와 ‘세상을 의미하는 영어(universe)’의 합성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가상세계다. 추후 이 가상세계 아젠다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기대가 된다. 되도록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득 선사했으면 싶다. 개인적으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각자 간직하고픈 과거를 잊지 않게 모두 담아주는 그런 공간으로 작용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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