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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마애불과의 만남3

수줍은 신라 아씨의 미소 - 충남 홍성 용봉사 마애불

 

(시사1 = 김재필 기자)  용과 봉황이 지켜주는 산자락에서 당신의 따뜻한 미소는 천년하고도 이백년이나 더 지나는 동안 나라가 몇 번이나 바뀌었어도 항상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사바세계의 민초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었네.

 

코로나로 지친 봄이 흐느적거리며 지나가고 있는 오월말경에 용의 몸통에 봉황의 머리 형상을 한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홍성에 있는 용봉산(381m)을 찾았다.

 

홍성과 예산은 인근의 서산과 태안을 함께 묶어 ‘내포(內浦 바다가 육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온 지역)지방’이라고 부른다.

 

경주의 남산이 신라의 불국토였다면 용봉산(381m)은 절터만도 27곳이나 되는 내포의 불국토라 불릴 만하다. 통일신라 전후로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백제의 연속된 전란으로 피폐했던 백성들은 하루빨리 미륵이 하강하여 구원해주기를 염원했던 것이리라.

 

구룡대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서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신계리 마애불과 용봉사 마애불을 일컬어 ‘자매마애불’이라고 한다.(나중에 알고 보니 용봉사에서 15분정도 더 올라 가면 고려시대에 조성된 거구의 신경리마애불이 있었다)

 

표를 사 들고 용봉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왼쪽으로 큰 바위가 보인다. 용봉사 마애불이 조성된 바위다.

 

이 마애불은 높이 2.3m(現高 2.1m)의 크기로 충청남도유형문화재 제118호로 거대한 절벽의 바위 면이 삼각형모양으로 떨어져 나간 곳에 감실형으로 돋을새김으로 조성한 입상이다.

 

머리 부분은 두드러지게 부조한 반면 하체로 내려가면서 얕게 도드라지게 새겼다. 얼굴이 큰 데 비하여 손이 유난히 작다. 머리 정상부는 선각으로 구획한 육계(肉髻)가 솟아 있는데 큼직한 팽이형으로 육계와 머리는 선으로 구별 짓고 있을 뿐이며, 머리칼은 소발이다.

 

목은 선각으로 삼도가 새겨져 있고 얼굴은 긴 타원형으로 꽤 풍만한 편이며, 눈을 가늘게 새겨 눈웃음을 짓게 하고 코끝에서 턱을 이루면서 반달 같은 보조개를 이룬 표정과 함께 작은 입 주위를 살짝 들어가게 새기어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이 나에게 수줍은 아씨상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애불 어깨 오른편에 3행 31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명문이 보인다.

貞元十五年己卯四月日仁符

O佛願大伯士元烏法師

O香徒官人長珎大舍

 

2자는 마모되어 판독이 안되나 ‘통일신라 소성왕 1년(799) 4월에 장진대사가 발원하여 원오법사가 조성하였다’는 내용을 보니 우리나라 고대의 마애불 중에서 명문이 있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마애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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