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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36] 빅토르 위고 ‘나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젠 살 만큼 살아서 아무리 괴로워도

날 부축해줄 사람 없이 혼자 걷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도 웃음을 잃었고

꽃을 쳐다봐도 즐겁지 않다.

 

봄이 되어 하느님이 자연의 축제를 벌여도

기쁜 마음도 없이 이 찬란한 사랑을 뿐이다.

지금은 햇빛을 피해 도망치며

은밀한 슬픔만 깨닫는 시간이다.

 

내 마음의 은근한 희망은 깨어나고

장미 내음 훈훈한 이 봄철에

아 내 딸이여, 네가 잠든 무덤을 생각한다.

이젠 내 가슴도 시들고 몸도 늙었다.

 

나는 이 지상의 임무를 거절하지 않았다.

내가 가꾼 밭, 내가 거둔 열매는, 다 여기 있고

나는 언제나 미소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신비한 것에 마음 끌리며 살아왔다.

 

나는 할 수 있는 일 다 하였고, 남을 위해 봉사했고 밤을 세웠다.

남들이 내 슬픔을 비웃는 것도 보아왔고,

남달리 고통 받고 일한 덕분에

놀랍게도 원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날개도 펼 수 없는 이 지상의 도형장,

불평도 없이 피를 흘리며 두 손으로 넘어진 채,

서글프게 기진하여 죄수들의 비웃음을 사며

나는 영원한 쇠사슬의 고리를 끌고 왔다.

 

이제 내 눈은 반밖에 뜨이지 않고

누가 불러도 몸을 돌릴 수 없다.

한잠도 못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난 사람 같이

권태와 무감각만이 나를 누른다.

 

입을 모아 나를 비난하는 정적에게도

이제 나는 지쳐 응수할 용기조차 없다.

오 주여, 밤의 문을 열어 주소서.

내 여기를 떠나 멀리 사라지도록.

 

-빅토르 위고, 시 ‘나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번 칼럼에서는 프랑스의 국민시인 빅토르 위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저의 유명한 말 ‘나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범상치 않은 시임을 유추할 수 있다. 위고 시인의 딸은 결혼 7개월만에 그의 남편과 함께 사고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시는 위고 시인이 딸에 대한 추모를 쓴 것으로도 전해진다. 딸을 생각하니 권태롭고 무기력함만 더해가고, 떠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위고 시인은 애통해했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큰 진주를 만든다고 했다. 위고 시인은 딸을 일찍 잃은 큰 슬픔을 문학으로 승화해 프랑스의 문호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

 

이 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 기사를 살펴보던 중 ‘도전적인 느낌의 정치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971년생인 70년대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통령 출마 관련 기사가 그 예다. 박 의원은 9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대통령 출마 선언식을 열었다. 그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젊다면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응원한다. ‘젊은 대통령’을 꿈꾸는 그가 정권을 잡고 정치를 바꾼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확’ 달라질 수 있을까.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을 이 자리를 빌려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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