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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35] 예이츠 ‘그대 늙어서’

그대 늙어서 머리 희어지고 잠이 많아져

난롯가에서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서 천천히 읽으라,

그리고 꿈꾸라,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부드러운 눈빛을,

그리고 깊은 음영을.

 

그대의 매력적인 순간들을 얼마나들 좋아했으며,

진정이든 거짓이든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를,

그러나 한사람은 그대의 유랑혼을 사랑했고,

그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는지를.

 

그리고 난롯불에 붉게 빛나는 방책 옆에서

몸을 굽히고 중얼거리라, 조금 슬프게,

사랑이 저 위 산을 걷다가

그 얼굴을 별무리 속에 감추었다고.

 

-예이츠, 시 ‘그대 늙어서’

 

이번 칼럼에서는 아일랜드의 문호이자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예이츠 시인의 작품 ‘그대 늙어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이츠 시인은 186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화가의 아들로 세상에 눈을 떴다. 그의 이번 작품은 젊어서 만났던 애인을 늙어서 회상하는 방식의 시로 알려졌다. 젊었을 때 그대의 외모를 좋아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늙은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예이츠 시인은 상대방의 늙음도 사랑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애인으로 하여금 읽어보라고 한다. 사랑이 달아나 산등성이를 걷다가 별무리 속으로 사라졌다고, 그는 이미 어떤 결론에 도달할 지를 예견했던 모양새다. 결과를 예견하면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그만큼 후회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한 사건이 눈에 밟힌다. 대학교 여자기숙사에 남자 4명이 침입해 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고 도주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고 한다. 2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울산대학교 여학생 기숙사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4명이 침입했다. 기숙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공포감을 호소하는 피해 학생들의 글이 올라왔다. 신원미상의 남자 4명은 본인들의 결과를 예견하고 행동했던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안긴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견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사고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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