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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27] 문효치 ‘비천’

어젯밤 내 꿈 속에 들어오신

그 여인이 아니신가요.

 

안개가 장막처럼 드리워 있는

내 꿈의 문을 살며시 열고서

황새의 날개 밑에 고여 있는

따뜻한 바람 같은 고운 옷을 입고

 

비어있는 방같은 내 꿈속에

스며들어 오신 그분이 아니신가요.

 

달빛 한 가닥 잘라 피리를 만들고

하늘 한 자락 도려 현금을 만들던

 

그리하여 금빛 선율로 가득 채우면서

 

돌아보고 웃고 또 보고 웃고 하던

여인이 아니신가요.

-문효치, 시 ‘비천’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던 문효치 시인의 작품 ‘비천’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 시인은 1943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산색’이 당선돼 문단에 올랐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향가 및 시조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탈바꿈하는데 힘썼다. 문 시인이 쓴 비천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돋보인다. 비천이란 말은 어떻게 보면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이는 ‘선녀’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선지 문 시인은 “내 꿈 속에 들어오신 그 여인이 아니신가요”라는 문장을 구사했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유명인들의 발목을 붙잡는 이른바 ‘학폭(과거 학교 폭력)’과도 연관이 깊다.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일부 스포츠 스타 및 연예인들이 학폭 논란을 주며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있으면 씁쓸함만 감돈다. 이를 대체할 소식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 끝에 뇌리를 스친 시가 바로 ‘비천’이었다. 그럼 학폭과 달리 선행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연예인은 없을까 검색을 해봤다. 선행에서도 많은 유명인들이 이름을 오르내렸다.

 

선행이 학폭을 덮는, 선행이 주가 되는 사회가 오려면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그런 실천이 행해지는 세상에선 다수가 ‘비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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