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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26] 롱사르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

한 다발 엮어서

보내는 이 꽃송이들

지금은 한껏 피어났지만

내일은 덧없이 지리

 

그대여 잊지 말아요

꽃처럼 어여쁜 그대도

세월이 지나면 시들고

덧없이 지리, 꽃처럼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우리도 간다, 흘러서 간다

세월은 가고 흙 속에 묻힌다

 

애끓는 사랑도 죽은 다음에는

속삭일 사람이 없어지리니

사랑하기로 해요, 나의 꽃 그대여

-롱사르, 시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

 

이번 칼럼에서는 프랑스에서 ‘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롱사르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이다. 우선 롱사르 시인은 1524년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서 태어났다. 귀족 출신으로 고전문학에 소양이 있던 아버지의 지도를 받고 프랑수아 1세의 왕실청년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롱사르 시인은 당시 세력을 떨치고 있던 궁정시인들의 부자연스럽던 시를 비판하고, 헬레니즘의 시 개념을 도입해 문학계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롱사르 시인은 ‘목가적 사랑시’를 주로 썼다. 목가적 문학이란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서정적인 글’을 말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는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한 기욤 아폴리네르 시인의 ‘미라보 다리’와 비슷한 유형이기도 하다. 기욤 시인의 미라보 다리가 이 작품을 보고 연상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다.

 

롱사르 시인은 작품을 통해 “꽃송이도 피었다 지듯이, 여인의 아름다움도 피었다 지는 것”이라고 했다. 세월이 지나면 지지 않는 꽃이 없듯 인생 역시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이 있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마는 유한적임을 강조했다. 시인은 그러면서 “청춘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유한적인 미학도 강조했다. 3월은 봄을 알리는 계절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꽃잎처럼 되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청춘을 만끽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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