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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25] 황금찬 ‘별이 뜨는 강마을에’

여기 강이 있었다.

 

우리들의 국토 이 땅에

이름하여 북한강이라 했다.

 

태양이 문을 열었고

달이 지곤 했다.

 

하늘 꽃들이 강물위에 피어나

아름다운 고장이라 했다.

 

신화의 풀잎들이 문을 열기 전

지혜의 구름을 타고 선인(先人) 들이

바람처럼 찾아와 보석의 뿌리를 내리고

백조의 이웃이 되었다.

 

칼날의 날개를 단 흉조들은

사악한 터전이라 버리고 강마을을 떠났다.

 

비단으로 무지갯빛 다리를 세우고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내일 저 하늘에 무리별로 남으리라.

 

강은 역사의 거울이다.

패수에 담겨있는 고구려를 보았다.

 

금강에서 백제의 나뭇잎들은

시들지 않는 깃발이었지.

 

신라의 옷깃이 저 낙동강에 지금도 휘날리고

한강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그 참화가

시들지 않고 거울 속에 떠 있다.

 

북한강 백조의 날개와 하나가 된 우리들의 행복한 삶터,

사랑하라. 우리들의 내일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황금찬, 시 ‘별이 뜨는 강마을에’

 

이번 칼럼에서는 황금찬 시인의 북한강 문학비 ‘별이 뜨는 강마을에’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생전 99세로 현역 최고령 문인으로 기록된 우리나라의 원로 시인이다. 황 시인은 1939년 일본에 건너가 다이도학원에서 유학했고, 1943년 어릴 적부터 지내던 함경북도 성진으로 돌아왔다가 6·25전쟁 때 월남했다. 그는 이후 강릉농업학교 및 추계예술대학교 등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여러 문인을 배출하는데 힘썼다. 필자 역시 저자의 추천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 문학계에 많은 업적을 남긴 황 시인은 지난 2017년 4월8일 노환으로 별세했고 고인의 장례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졌다. 이는 저자가 우리 문학계의 거장임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한 ‘별이 뜨는 강마을에’는 황 시인이 북한강 문학비에 새겨진 작품이다. 건립은 월간 시사문단에서, 후원은 남양주시 및 한국시사문단 작가협회 등에서 담당했다. 기념비나 기념시 등은 비유법을 쓰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읽도록 쓰는 게 특징이다. 이번 작품은 북한강이 민족의 영고성쇠를 함께 한 강임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민족과 함께 할 것임을 부각시켰다.

 

시에서는 칼날의 날개를 단 흉조들이 강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순수한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들만이 남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가 직면한 코로나19와도 연관이 깊다. 코로나라는 흉조가 조만간 떠날 수 있음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국내 공급 시기가 불투명했던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오는 26일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도착 다음 날인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데 코로나19 의료진이 대상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시 마지막 문장인 “우리들의 내일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란 말이 더더욱 희망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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