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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24]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 속 깊이깊이 아로 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강물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하더냐,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은 가서는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아폴리네르, 시 ‘미라보 다리’

 

프랑스의 시인이자 평론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를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아폴리네르 시인은 입체파 화가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의 친구로도 유명하다. 또 초현실주의 및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아폴리네르 시인이 작품인 미라보 다리는 프랑스 파리를 흐르는 세느강 위에 놓인 다리다. 그리고 이 시는 1921년 ‘파리의 밤’이란 잡지의 창간호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느강이 흐를 때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고 했다. 또 기쁨 앞에는 괴로움이 있었음을 기억하자고 했다. 다리 위에는 많은 연인들이 있으나, 다리 아래엔 강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음을 묘사한 것으로 ‘인생’을 함축해 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글프면서도 애뜻한 사연을 담은 이 작품은 세느강을 ‘사랑의 대명사’처럼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 한강 물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나만 머문다는 생각이 든다.

 

‘미라보 다리’라는 명작을 남긴 아폴리네르 시인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이틀 전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병으로 전쟁에 참여한 저자는 두뇌에 관통상을 입었고 개두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에서 회복을 하던 중 유행성 독감에 걸려 종전을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저자는 38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삶을 마감해야 했다. 우리가 사는 현 시대에도 유행성 독감과 비슷한 코로나 19가 창궐했다. 이 역시 언젠가는 종식될 터. 그러니 저자가 미라보 다리를 통해 언급한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란 말처럼 빨리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싶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이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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