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우태훈의 詩談/23] 셰익스피어 ‘사랑과 세월’

나는 진실한 마음의 결합을

조금도 방해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변한다거나

반대자에 의해 굽힌다고 하면

그런 사랑은 사랑이라 할 수가 없다.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사랑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영원히 고정된 이정표다.

 

사랑은 이리저리 헤매는 모든 배에게

얼마나 높은지는 알 수 있어도

그 가치는 모르는 빛나는 별이다.

 

장밋빛 입술과 뺨이 세월이 휘어진 낫을

비록 피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사랑은 세월의 어리석은 장난감이 아니다.

 

사랑은 한두 달 사이에 변하기는 커녕

운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견딘다.

 

이것이 착오라고 내 앞에서 증명된다면

나는 글 한 줄도 쓰지 않았을 테고

아무하고도 사랑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시 ‘사랑과 세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사랑과 세월’이란 작품을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1564년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출생한 셰익스피어는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을 남기며 ‘세계의 대문호’로 이름을 남겼다.

 

우선 셰익스피어의 시 ‘사랑과 세월’에서는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은 흔들림이 없고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은 요동치는 파도가 아니라 깊은 바닷 속 같이, 심연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돼서 운명의 순간까지 지켜진다고 했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렇다. 셰익스피어 시인이 언급한 ‘사랑’을 우리 모두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실천으로는 쉽게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9년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19일 통계청은 ‘2019년 혼인 및 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그 결과, 2019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4.7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황혼 부부의 이혼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비춰볼 때 우리는 셰익스피어 시인이 설명한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문뜩 불안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셰익스피어 시인이 설명한 ‘운명의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랑’은 미래에선 불가능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또 ‘운명의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랑’이 우리사회 곳곳에 퍼지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문학계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선지 오늘따라 ‘멜로 영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노트북’에서 남자 주인공(라이언 고슬링)이 한 발언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노트북 영화의 남자 주인공의 발언으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입니다. 남다른 인생도 아니고, 날 기리는 기념탑도 없고, 내 이름도 곧 잊혀질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눈부신 성공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그거면 더할 나위 없이 족하죠.”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