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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19] 우태훈 ‘눈길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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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산이 맘껏 밟으라고 눈길을 내주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화들짝 놀란 다람쥐가 곁에 서서 걷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보듬어 주었다.

눈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밟으며 종소리를 따라서 간다.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억으로 남겠는데 했더니

다람쥐는 콧방귀 뀌면서 좋을 때만 마누라지 한다.

 

너털웃음이 귓가를 스쳐간다.

‘옛기 이 사람아’ 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자박자박 네 발걸음이 사천 번쯤 찍히자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이 보이셨다.

 

누가 경배하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모두 고개 숙여 경배하는 모습이 마구간 추위를 녹이는 듯 싶었다.

- 우태훈, 시 ‘눈길을 밟으며’

 

필자가 지난 2014년 10월에 출간한 시집 ‘눈길을 밟으며’에 수록한 작품 ‘눈길을 밟으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성탄절을 맞이해 아내와 성탄절 미사를 보러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해 성탄절은 눈이 많이 와서 온 세상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서울대교구 금호동성당은 해병대산 산기슭에 자리한 아름다운 성전이다. 성탄절 미사를 보러 가서 사람들의 마음 또한 새하얗게 맑고 깨끗하리라고 보여진다. 성당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시고자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으셨다. 예수님 덕분에 인류는 모두 죄의 사함을 받고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8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코로나19로 몹시도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병원마다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한다. 혼탁한 세상에서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추억이 서려있는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해 본다. 당시 필자가 봤던 아기 예수상은 무척이나 티 없고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가졌었다. 병마와 싸우는 국민들에게 ‘눈길을 밟으며’를 소개하면서 작은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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