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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18] 박목월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시 ‘나그네’

 

이번 칼럼에서는 저번 칼럼의 화답 성격으로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저번 칼럼에서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玩花衫)’을 다뤘다. 1916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의 이름은 ‘박영종’으로 ‘목월’은 호로 쓰였다. 조 시인과 박 시인은 당시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래선지 박 시인의 나그네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그중 박 시인이 조 시인을 자신이 자란 경남 경주로 초대했고,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 등 많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때 경험담을 조 시인이 박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완화삼’을 보냈고, 박 시인은 조 시인에게 답장으로 ‘나그네’를 보냈다고 한다.

 

이 시를 새해 첫 칼럼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있다. 바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작년 너무나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에 새해에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고, 우리 모두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싶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3일 ‘세계경제 향방을 좌우할 7대 이슈’ 중 하나로 코로나19 백신을 꼽았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상용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중 집단면역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단다. 구름에 달 가듯이 무탈하게 걷는 나그네처럼 별 탈 없이 코로나를 극복했으면 한다.

 

4일 0시부터 수도권에만 적용되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고통스럽겠지만 우리는 다시 서로를 위해 배려의 참음을 시도한다. 이 역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아무 탈 없이 흘러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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