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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11] 유치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 ‘행복’

 

코로나 시국으로 국민들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시가 또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유치환 시인의 작품인 ‘행복’에 눈에 들어왔다. 행복을 비롯해 유 시인의 다수 작품들을 살펴보면, 생명에 대한 열정을 강렬한 어조로 부각하는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 시인의 행복은 다른 작품들보다 그 어조가 강하다. 이는 필자가 국민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한 가장 큰 이유다.

 

더욱이 유 시인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주는 데에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작가가 사랑 및 관계 속에서 ‘양보’를 부각시킨 것으로도 풀이된다. 양보를 통한 인관관계는 당사자들간의 끈을 단단히 엮을 수 있음을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유 시인은 또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편지를 쓰려는 욕구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는 어려운 세상살이에 그리운 사람이란 존재가 커다란 의지가 될 수 있음으로 해석된다. 고달픈 오늘을 살아가는 현재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안부를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소소한 행복이, 소소한 인연이 찾아오지 않을까.

 

“나 역시 너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면 이 편지가 마지막이 될지라도 인생에서 후회는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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