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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6] 우태훈 ‘미륵반가사유상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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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었느냐

석 달 열흘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고뇌에 찬 결단을 하였구나

 

비록 그 길이 힘들고 험난할지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었지

깨달음을 얻고자

뜻을 세우고 출가를 하였지

 

얼마나 아름다우냐

홍운돈월법

아름답고 신비롭구나

지혜의 빛이 세상을 비추고 있구나

-우태훈, 시 ‘미륵반가사유상과의 대화’

 

필자의 등단 초기 작품인 ‘미륵반가사유상과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는 본인이 지난 2012년 2월 출간한 시집 ‘겨울바다’에 수록됐다. 반가사유상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부처님이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을 받치는 모습의 상’이다. 이 자세에서 생각에 잠긴 부처님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고통을 직면하는 인간사에 대한 번뇌’를 수차례 고찰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사를 잘 보여줘서일까. 이 상은 우리나라 국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모두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을 각자의 방향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숱한 고통 및 번뇌를 직면하게 된다. 필자 또한 포괄적인 행복과 웃음을 겪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차례 고통과 번뇌를 직면해야 했다. 아마도 우리의 삶이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때문인 것 같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CD”라고 정의하지 않았나. 여기서 BCD는 각각 ‘탄생(Birth)’, ‘선택(Choice)’, ‘죽음(Death)’을 뜻한다.

 

이렇듯 선택에 대한 고민을 잘 보여주는 반가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을 터다. 필자도 한 때 반가상의 모습으로 ‘직장에 대한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당시 국가의 녹을 받고 있었지만,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 위해 내적 몸부림을 갈망했다. 그땐 자세히 느끼지 못했다. 더 높은 곳을 오르려면 상응하는 고통이 따르는 법을. 주사위는 던져졌고 선승이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듯 오로지 깨달음 하나를 얻고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본인은 내적 몸부림에 대한 깨달음을 40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어쩌면 아직도 깨달음에 대한 정의를 형상화할 뿐 제대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반가상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 문득 지난 2000년대 두 아들과 지리산 종주길에 오르면서 떠오른 “오늘 여기에 살다” 한마디가 뇌리를 스친다. 혼탁하고 유혹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여. 매 순간 선택의 순간을 직면하는 우리들이여.

 

“오늘 여기에 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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