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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의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득십역일(得十易一)

고정관념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潛在)하여,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외계(外界)의 동향이나 상황의 변화에 의해서도 변혁되기가 어려운 생각이나 고착 관념(固着觀念)을 말한다. 교육에서 그러한 고착된 관념의 하나는 입학 년도에 따른 선후배 개념이나 학기제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특히 학기제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다. 한동안 출산율 감소로 야기된 학령인구 감소로 떠들썩할 때 나는 이럴 때일수록 교육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학기제를 한번 바꾸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흔히 한국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학기제도는 소위 세메스터(semester) 제도로 1년을 두 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이다. 주로 북미 국가가 채택하는 제도로 한국도 미군청청의 교육제도개혁 이후 세메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1년을 3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학기제가 있는데 이를 텀(Term)이라고 부른다. 주로 영국을 위시한 유럽 국가가 채택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경우도 2010년도에 수행한 미국 하노버 연구협회에 따르면 전체대학의 3.8%는 3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1년을 3개 기간으로 나누어 운영하므로 세메스터제 보다도 1년에 한 학기를 더 공부하는 셈이며 따라서 학부는 3년에 마치고, 석사과정은 보통 1년에 과정을 마치고 논문은 나머지 6개월 내에 제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2개 학기를 한 학년으로 운영하면 거의 여름방학 두 달, 겨울방학 두달 도합 네 달을 쉬는데 반해 텀제로 운영하면 방학 네 달 중 약 세 달은 공부를 해야 한다. 현재도 대부분의 대학은 계절 수업을 운영하여 부족한 학점을 보충하고 있는데 이런 계절수업과 같은 과정을 공식적으로 정규학기의 과정으로 대체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국의 경우 매년 첫 번째 시작하는 학기(Autumn Term)는 가을학기로 9월초부터 12월 중순까지이고, 두 번째 학기는 봄 학기(Spring term)로 1월초에 시작하여 부활절 직전까지, 세 번째 학기(Summer term)는 부활절 직후부터 7월말까지이다. 각 텀의 사이를 하프 텀(Half term)이라고 하여 방학처럼 쉰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및 런던대의 경우 가을, 봄, 여름 학기 대신 이들은 각각 Michaelmas, Lent 또는 Hilary, Easter 또는 Trinity 로 부른다.

 

그런데 학기제를 변화시키는 구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해득실을 따져보니 학생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점들이 상당히 많아 보여서 그 결과 한자로 사자성어를 만들 수 있었는데 바로 득십역일(得十易一)이라는 문구로 ‘하나를 바꾸어 열을 얻는다.’ 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걸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공동 경제적 경제성 측면에서 3학기제를 채택하고 4년제 대학을 3년에 마친다면 학비부담이 현재보다 1/4 만큼 줄어든다. 물론 2학기제에서 지출하는 연간학비 등이 3학기제로 운영하는 경우에도 연간 같은 금액을 지출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할 때, 학생의 지출비용(학비, 용돈, 식비, 교재비, 기숙사비, 기타 부대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학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낸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통계로 본 대학 교육비’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 1명이 졸업하기까지는 8,51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총비용 8,510만원의 내용의 상세한 내역은 입학 전형비 52만원, 입학금, 등록금, 계절학기비용이 3,092만원, 주거비 2,690만원, 생활비 2,400만원, 취업준비와 졸업유예비용 276만원이다. 단지 학기제를 변경함에 따라 이론적으로 단순계산하면 이 비용에서 학생일인당 1/4 에 해당하는 2,127.5 만원을 줄일 수 있다.

 

2014년 기준 (4년제 대학생 수인 2,947,495명을 기준으로 계산) 학생들이 재학기간을 1년 줄이는 효과로 비용절감액이 총 약 62조 7천 억원에 달한다. 즉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국민전체의 각 가계가 62조 7천 억원을 교육이 아닌 가계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20년 통계로 계산하면 그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둘째, 기술적 효율성(Technical efficiency)은 주어진 투입요소를 가지고 산출을 극대화(최적화)하는 개념이다. 기술적 효율성 측면에서 대학을 3학기제로 운영하면서 입학을 년 중 3회 한다면 대학시설의 활용은 더욱 높아지고 등록율을 높여 갈 수 있다.

 

통상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 1회 입학을 하던 것을 3회로 늘리면 전회에 탈락한 학생들은 기회를 더 가질 수 있고 대학은 입학과 졸업의 회전율을 높여 학비세입 증대와 등록율 및 졸업생 증가를 보일 수 있다. 즉 생산성을 높인다.

 

기숙사를 비롯한 각종 건물의 이용율을 높여 시설유지비는 동일한데 기숙사로부터 세입증대와 같이 가시적 수입증대는 물론 도서관 자료이용 회전율, 강의실 이용율 등 보이지 않는 기술적 효율성이 있다.

셋쨰, 3년제 대학의 경우 1년을 일찍 졸업하게 되므로 그만큼 숙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데 사내훈련(OJT)이나 입직 전 훈련에 참가할 수 있어 그로 인해 생애 소득을 높이는 기회를 찾기에 용이하다.

 

넷째, 공부 하느라고 소비한 시간에 사라진 소득이라고 불리는 기회비용의 감축으로 Mincer(1974)가 이론화한 인턴 또는 앞에서 거론한 사내훈련(OJT)의 생애소득 효과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섯쨰, 학기제 변경으로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최하 1년을 조기 입직할 수 있다.

 

여섯째, 노동시장에 입직이 빨라진다는 것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이 있으므로 결혼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가임 연령층(15~49세)을 대상으로 결혼 및 초혼연령의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취업은 남자와 여자에서 모두 결혼가능성을 유의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남성의 경우 취업자의 결혼가능성은 미취업자의 약 5배, 여성의 경우는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곱쨰, 대학 학기제 변화는 전통과 정치적 관점에 의한 변화보다는 시장유형의 속성을 가진 대학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유형의 메카니즘이란 수요와 공급(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조정을 강화하는 수단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시장 매카니즘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경쟁하며 그들의 기원은 교환되는 상품의 양과 가격의 조정을 통하여 적정하게 조정된다.

 

시장형태의 메카니즘에서 소비자측은 공급자를 고를 자유, 제품선택의 자유,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정보의 평가, 등이 관련된다. 여기서 제품은 교육을 말하며 경쟁의 효과로 교육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여덟쨰, 최근의 대학에서 시장 매카니즘의 등장과 관련된 광의의 개념으로 entreprenurial university(기업가적 대학)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대학이 위기를 맞게 되면 자연히 위기에 도전하여 타개책을 찾게 되므로 생존능력이 강화된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대학이 단일한 단순 조직체가 아니라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위기가 약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은 정부나 공공기금으로 교육과 연구를 버텨왔지만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안정성에 의존할 수 없게 되면 자생적으로 외부 기금을 끌어오려는 노력을 배가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여 확대발전을 추구하듯이 대학도 그러한 조직으로 진화해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은 전사적으로 거버넌스부터 비전을 위한 액션플랜까지 재구조화하여야 할 것이다. 외부와 내부의 환경과 적극적인 소통, 교육과정의 기업가적 소양의 확대, 교직원의 마인드 개혁 등 많은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홉째, 교수는 3개 학기제를 도입하면서 유사한 제도를 가진 유럽의 볼로냐 교육개혁체제를 인식하고 유럽 표준학점제인 ECTS(European Credit Transfer and Accumulation System)에도 교류 등 접근성이 높아지고 국제 표준화에 우리의 제도를 더 가까이 접근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학은 좀 더 국제적으로 개방화되고 학점교류나 유학 등에 있어서 호환성이 높아질 것이다.

 

열 번째, 교수의 강의부담 증가에 대하여는 교수들의 수업시수가 갑자기 증가되지 않고 종전의 시수기준에 맞추도록 교수충원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2016년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교육 연구소의 통계를 보면 전임교수 확보율은 2016년 현재 81.0%이고 전체교원 165,888명중 시간강사가 53,319명으로 약 32,1%에 달한다.

 

시간강사법이 제정되면서 강사들의 어려움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남아도는 박사급 인력과 시간강사 인력을 대학의 전임으로 채용하여 교수의 업무 부담을 추가로 늘리지 않고 학기제로 개편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반 행정직원의 경우도 업무량을 감안하여 충원을 늘려야 불만을 줄일 수 있다. 득십역일(得十易一), 하나의 제도 변화가 열 가지 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나의 주장은 억지로 만든 사자성어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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