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코로나 19와 비대면 수업
2020년 상반기 코로나 치하의 대학교육은 그 전 학기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주었다. 내가 속한 대학은 유-튜브 강의용 비디오 제작과 구글 클래스 룸을 사용한 수업관리를 하였다.
학생이나 학교 그리고 교수 모두 처음 당해보는 상황이라 민감해져 있었고 작은 프로그램 상 문제나 소통에 트러블이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하여 민원이나 불평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런데 이번 학기를 마치며 돌이켜보니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왜냐하면 전통적 클래스 중심의 교육을 ICT 기술을 이용하여 진행하려고 하니 힘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출석을 체크해야 하고 또 결석자는 출석을 독려해야 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말 리포트를 받아 성적을 내고 또 수업에 참여 정도를 성적에 가감하여 처리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일찍 찾아온 새로운 교육시스템의 운영에 대하여 이제는 좀 더 시대를 앞서 나가는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보통 대학들은 수업의 1/4을 결석하면 F 학점으로 처리하도록 학칙에 규정하고 있다. 통상 성적은 상대평가를 하고 학점은 일정비율로 강제 할당된다. 그리고 시험이나 과제를 평가하여 과목의 성적을 산출한다.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IT 기술만 추가하여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을 리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가 보다 혁신적으로 다양하고도 새로운 규범을 포용하면서 비합리성을 극복할 수 있는 체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21세기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치아래 새로운 학교 모형을 소개한 자료를 보면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기반한 교육의 등장, 예를 들어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무크(MOOC)' 등의 인터넷 동영상 교육뿐 아니라 강의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개별화 교육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2020년 1학기에 기존의 교실강의가 아닌 원격강의를 해보니 만만치 않은 일거리에 약간은 지쳤다. 먼저 강의과목이 정해지면 파워포인트 자료작성이 필요했다. 그 다음 그 자료를 가지고 강의를 할 원고가 필요했다. 보통 방송이나 유-튜버들은 작가로부터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이것도 즉흥적이거나 또는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 다음 촬영이나 녹음을 통해 균형 잡힌 목소리로 강의를 하고 녹화를 했다. 녹화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한다. 녹화를 해서 이것을 비디오로 변환하여 유-튜브에 올린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강의를 들었는지 출석체크, 과제물 제출확인, 간간히 올라오는 수업의 질문과 고충처리 청취 및 답변,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리포트에 대한 평가는 기본이다.
그리고 힘든 일은 출석이 뜸하거나 과제제출을 안하는 학생에 대한 문의 메일이나 전화연락과 같은 일들이 시간을 많이 차지하였다. 이런저런 잔일들이 업무량을 가늠해보면 전 학기의 업무량에 비하여 4-5배나 업무량이 늘어난 것 같았다. 21세기는 어떤 특정 종류의 지식을 교과서를 통해 암기하고 외운다고 해서 배웠다고 할 수는 없는 시대이다.
오히려 어떤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 있고 어디서 활용되며 어떻게 발전되고 누구에게 필요한지를 아는 게 중요하며 그 지식을 찾아서 자기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기에도 학교라는 것이 존재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여러 연구물을 찾아보았다.
연구 주체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학교라는 제도는 존재하며 교사도 존치할 것이다. 라고 답변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시민 또는 공민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고 게다가 인간으로서 윤리의식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교사의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학교 밖의 연구자 예컨대 기업가의 경우는 학교는 소멸해버릴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기업가들의 이 같은 발언은 한 인간의 발전에서 학벌은 이제 필요가 없으며 오직 기업의 성장과 창의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래의 교육을 보는 입장은 진영 간에 팽팽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한국의 교육에 종사하는 인구(학생과 교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다. 1980년대에 대학원에서 교육문제를 다루는 세미나에서 한 토의가 생각난다. 교육재정이 가장 큰 교육문제의 하나이고, 교육재정은 크면 클수록 좋다. 거기에 투자하는데 한계는 오직 재정의 부족이다. 이러한 논의 끝에 우리는 ‘교육의학(Educational Medicine)’이라는 용어를 하나 만들어냈다.
즉 막대한 교육재정을 줄이려면 인간의 두뇌에 메모리칩을 심어 표준화된 의무교육과정을 일시에 입력하든지 아니면 신경세포에 전사(傳寫)방식으로 정보를 주입하든지 하면 해결될 것이다. 라는 의견이었다. 실제로 2000년 초 나는 박사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에 유학 중에 그러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박사논문 준비계획을 제안하려고 하였는데 시간과 재정부족으로 그 주제를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러한 시대가 올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이 종료되기 까지는 효과적인 비대면 수업의 모범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비대면 수업은 지나치게 구제도에 기반 한 경직된 체제일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교육에 충만해야 할 자율권이 부족하며 너무 많은 부문에 까지 침투한 정부의 규제를 일시에 걷어내기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비대면 강의에서 지정된 기일에 강의를 하지만 수강하는 학생은 강의를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체제로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비대면 강의가 실시간 상호작용이 많지 않다면 학생이 공부를 하는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강의 시간 이슈다. 예를 들어 두 시간짜리 강의라면 보통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100분을 강의시간으로 잡는다.
그런데 비디오로 100분 강의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다. PPT나 콘텐츠를 준비하는 시간이 100분의 2-3배는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OECD 기준에 의하면 수업시간은 강의와 상호작용을 하는 시간 뿐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잡기 때문에 2시간짜리 강의를 60분짜리로 제작한 비디오 강의로 업로드 하였다고 문제시하면 안 될 것이다.
또한 강의시간 부족이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오인되고 이러한 오해를 바탕으로 수업료를 환불해 달라는 학생의 요구도 지나친 것이다.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비대면 수업모델이 정착되도록 교육제도나 체제를 점차 적응적으로 바꾸어 가야 할 시점이 왔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