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지난해를 회상한다.
불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그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엇다면
난 대답 했으리라 -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난해 내 방에서 난 깊이 생각했었지.
그때 밖에선 무겁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쓸데없이 생각만 했었지. 그때처럼.
지금 난 호박 빨부리의 나무 파이프를 피운다.
내 오래된 참나무 옷장은 언제나
향굿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난 바보였었지.
그런 일들은 그때 변할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가 일고 있는 일들을 내쫓으려는 것은 허세이니까.
도대체 우린 왜 생각하는 걸까. 왜 말하는 걸까.
그건 우스운 일이다. 우리의 눈물은 우리의 입맞춤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그걸 이해하는 법.
친구의 발자국 소린 다정한 말보다 더 다정한 것.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 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어둠 속을 지나가는 아름다운 혜성들을
증명하는 수치들이 그것들을 지나가게 하는 것은 아닌 것을.
바로 지금도 지난해의 옛 슬픔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거의 회상하지도 못하는 것을.
지금 이방에서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프랑시스 잠, 시 ‘이제 며칠 후엔’
이번 칼럼에선 1868년 프랑스 투르네에서 태어난 프랑시스 잠 시인의 ‘이제 며칠 후엔’을 소개하고자 한다. 잠 시인은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의 발 밑 산간지방을 본능적으로 사랑한 19세기 말 시인으로 정평이 났다. 실제 ‘이제 며칠 후엔’이라는 작품은 그가 며칠 후엔 산간지방에 눈이 내려 하얗게 내릴 것을 상상하면서 썼다는 게 문학계의 전언이다. 1연에선 며칠 후 눈이 올 것이라며 지난해를 회상하고, 2연에선 좀 더 구체적으로 지난해 내린 눈을 생각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음을 글로 남겼다.
이번 칼럼에서 잠 시인의 ‘이제 며칠 후엔’을 소개하고자 한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치러진 4·7 재보궐선거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여야의 가장 큰 승부처로 꼽힌 서울-부산시장 자리는 모두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집권당의 독주에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을 한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두 가지 기대를 조심히 해보고자 한다. 첫째, 집권당의 달라진 모습이다. 둘째, 야당의 수권정당 면모 갖추기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 결과에 각성한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